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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증도에 있는 우전해변이 해안침식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 녹색연합
전남 신안군 증도의 우전해수욕장. 4㎞에 이르는 광활한 백사장과 울창한 곰솔(해송) 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찾은 해변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참혹했다. 뿌리째 뽑힌 소나무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5m 높이의 거대한 흙벽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곰솔 숲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도 지반이 붕괴하면서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이날 만난 주민 김용훈(67) 씨는 “항상 다니던 길이 얼마 전에 무너져서 다른 길로 산책하는데 여기도 올 때마다 언제 무너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안군 증도 우전해수욕장의 곰솔숲 산책로가 침식으로 인해 끊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증도는 해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곳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의 ‘2024년 연안침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전해변의 해빈 폭은 1년 전보다 평균 6.7% 감소했으며 포락(침식)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침식등급도 총 4단계 중 B(보통)에서 C(우려)로 한 단계 악화했다.



해변을 지켜라…침식과 사투 중인 서해안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모래포집기를 이중으로 설치했다. 사진 녹색연합
신안군의 또 다른 섬인 자은도 외기해변에서는 1㎞가 넘는 모래사장을 따라 V자 모양의 대나무 울타리(모래포집기)와 통나무 벽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다. 해변 바로 뒤에 있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지반이 해안 침식으로 약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울타리 사이사이에는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폐어구와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설치된 모래포집기에 폐어구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신안 앞바다에서는 1970년대부터 수도권에 지어진 건물 콘크리트에 들어갈 엄청난 양의 모래를 채취해 왔어요. 그 부피가 인왕산 정도로 추정되죠.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까지 겹치다 보니 해안 전체에서 침식이 일어나 지반 침하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날 해안 침식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동행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의 최황 활동가가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그의 말대로 신안을 비롯한 서해안의 주요 해변에서는 해안 침식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해안 권역의 조사 대상인 124개 해변 중 32.3%인 40곳이 침식등급 C 또는 D를 받았다.

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사탄동 해수욕장도 그중 하나다. 사탄(沙灘)은 ‘모래여울’이라는 뜻으로 모래가 바람에 실려 여울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호안 및 해안도로 건설로 해안 사구가 훼손되는 등 침식이 악화되면서 처음으로 가장 낮은 D(심각)등급 판정을 받았다.



해수면 상승·개발 맞물려 침식 가속화
신안군 증도 우전해수욕장이 해안 침식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습. 천권필 기자
서해안의 해안 침식은 동해안과 달리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발생한다. 직접적인 원인으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꼽힌다. 국립해양조사원의 분석 결과, 서해안의 해수면은 지난 35년(1989~2023년) 동안 매년 3.2㎜씩 상승했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여기에 해사 채취와 간척, 인공 구조물 등 수십 년간 진행된 각종 개발이 지형 변화를 초래하면서 침식을 가속한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매년 깎여 나간 백사장을 메우기 위해 양빈(養濱) 작업을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강태무 씨는 “2년 전 해수욕장에 대대적으로 양빈 작업을 해서 모래를 채웠지만, 다시 침식이 진행되면서 올여름 원상태로 돌아왔다”며 “해저에서 모래를 퍼서 번 돈으로 해수욕장에 모래를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 나선 대이작도 주민들 “장기 모니터링 필요”
대이작도 풀등 침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섬 주민과 인하대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 사진은 대이작도 섬과 풀등의 모습. 아래는 풀등의 면적과 높이를 분석한 이미지.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
전문가들은 해안별로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이작도에서는 침식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풀등(모래 언덕)을 지키고자 섬 주민과 대학 연구기관(인하대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이 함께 현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씨그랜트센터장)는 “인천 앞바다의 경우 해사 채취와 준설, 다리 건설 등 복합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침식의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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