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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장석 앞 왼쪽부터),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6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개의 지연 관련 우원식 의장과 대화한 뒤 자리로 향하는 모습. 뉴스1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만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비판받았던 ‘거여(巨與) 입법 독주’ 재현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후 대여 협상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쟁점 법안의 내용과 처리 속도에 당내 강경파의 입김이 강하게 실리는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김현 간사가 “절대 방송 장악으로 보일 여지가 없다”며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과방위가 내일(7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3법을 처리할 것”이라며 “상임위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을 지도부가 못 하게 말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법안소위 단독 처리를 주도한 것도 두 사람이었다. 숙의를 요청해 온 대통령실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8·2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앞다퉈 ”추석 전 입법”을 공언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호남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구에 갈 때마다 ‘새 세상이 왔는데 빨리빨리 할 일들 안 하고 뭐 하냐’는 성토를 듣는다”며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호 고려대 교수는 “개혁은 지체되면 흐지부지되거나 애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검찰 개혁에 실패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개혁 입법을 국회 몫으로 돌리고 있는 점도 강경파들의 공간이 넓어지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도 정부의 일원이니까 (검찰개혁은) 정부에서 서로 타협해 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국회가 입법적으로 결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 4법’을 상정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김현 여당 간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뉴스1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협상력도 전투력도 보이지 못하는 것도 민주당 강경파들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3일 상법 개정안과 4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렇다 할 여야의 대치 장면은 없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하지 않던 ‘3%룰’ 강화안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였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 단계에서 큰 저항 없이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31조 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놓고도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안 등에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하는 소극적 저항을 택했다. “어차피 민주당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무력감의 발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야당의 반발이 강해야 이를 매개로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그럴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쟁점마다 여야 간 협상이 아니라 민주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견해차가 입법의 변수로 등장했다. 상법 개정안 합의 전날까지 여당에서는 “어차피 한번에 끝낼 게 아니다. 중요한 내용을 우선 처리하겠다”(원내 핵심관계자)는 의견과 “3%룰 강화는 가급적 이번에 처리하는 게 맞다”(당내 정무위원회 소속 초선)는 주장이 교차했다. 추경안 처리 과정에선 본회의 처리 직전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분출한 김용민·추미애 등 강경파들의 ‘검찰 특활비 증액 불가’ 주장이 막판 진통의 원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제2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취임 후 줄곧 “국회 존중”과 “통합의 국정”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민주당 강경파들의 ‘내 편 정치’로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인 지난달 22일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으로 ‘통합’ 행보를 개시했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최대한 국회를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고,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야당 의원들도 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리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하고 자주 만날 생각”이라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는 여당의 실패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공직선거법 강행 처리 등으로 여당(민주당)이 결국 역풍을 겪었다”며 “실용·통합에 방점을 둔 이 대통령이 당 일각의 ‘탈레반’ 요구대로 국정을 끌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가 적잖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취임 후 균형 감각을 발휘해 온 이 대통령의 임기 초 성패는 차기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강경파 사이에서 얼마나 중심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제 7월 임시국회 처리 법안 목록 작성에 들어갔다. 강경파 주도의 입법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방송 3법과 상법 재개정안 외에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보험법·재해대책법) 등의 처리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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