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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아쿠세키지마에서 주민 등이 배를 타고 섬에서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서남부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인근에 크고 작은 지진이 1300차례 이상 이어지면서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이번 지진과 과학적 관계가 없는 괴소문 ‘일본 7월 대재앙설’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으면서 일본 내 여행·관광 분야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6일 “도카라열도 인근 아쿠세키지마에서 전날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진도 3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도카라열도에서는 2021년, 2023년에도 활발한 지진활동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진도 1 이상 지진 발생횟수가 과거 사례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 오후 7시까지 진도 1 이상 진동을 동반한 지진이 1350회를 넘었다. 이 가운데는 사람이나 건물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진도 5∼6 수준의 강한 지진들이 여러 차례 포함됐다. 지진의 정도를 구분하는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진동의 크기나 주변 물체의 흔들림 정도를 등급으로 구분하는 상대적 개념이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창문 등이 깨지거나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질 수 있다. 진도 6은 일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며 건물 벽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지역에선 지난 3일 하루 161회 지진이 발생한 뒤, 이후 이틀간 103회, 100회로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름째 이어지는 지진에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지진이 강한 지역에서는 주택 붕괴나 토사 붕괴 등 재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지진 활동 등 상황에 대비해 안전을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행히 아직 별다른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에 잠을 자지 못해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섬 주민들 상당수는 섬 밖으로 잇단 대피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피 자체가 어려운 이들도 있다. 아쿠세키지마에서 소 40마리와 송아지 18마리를 키우는 한 주민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소들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피는 생각할 수 없다”며 “소들이 지진 초기 스트레스 탓에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지진에 익숙해진 것인지 움직임이 차분해졌다”고 엔에이치케이 방송에 말했다.

이번 도카라 지진은 8∼9 규모 대지진이 예상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향후 30년 안에 80% 정도 확률로 일어날 가능성을 일본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과 맞물려 불안을 확산해 왔다. 또 최근 2025년 7월 일본에 대재앙이 발생한다는 과거 만화책 내용이 다시 거론된 것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과학계에서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도카라 지진은 직접 관련이 없으며, ‘7월 대재앙설’은 괴소문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일본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과학적 지식으로는 지진 발생 일시와 규모,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진 발생 시점을 (말한 게) 우연히 맞을 수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이 한해 2천회 정도, 많을 때는 6500회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예언’을 하면 맞을 때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무라 레오 효고현립대 교수(방재심리학)는 아사히신문에 “불안이 불안을 부르고 있다”며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사람들은 정확도가 낮은 정보까지 받아들이게 되는데, 관련 내용을 검색할수록 (잘못된) 정보가 더 많이 모여 불안도 증폭된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과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도 계속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면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는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괴소문이 제때 차단되지 않으면서 엉뚱하게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7월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억측이 일본 여행 수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5600억엔(5조3천억원) 규모 경제적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배경에는 1999년 출판된 만화 ‘내가 본 미래’에 2025년 7월5일 일본과 태평양 주변 국가들이 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린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있다”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지만 일본 방문 자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대규모 재해가 실제 발생하지 않는 게 확인되면 관광 수요는 회복되겠지만, 이번 사태로 일본이 지진 대국이라는 점이 다시 강하게 인식되면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며 지진 대비가 잘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일본 이탈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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