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4일(현지시간)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휴전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수개월 만에 휴전 성사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한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는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 우리 인민에 대한 공격 중단을 위한 중재국들의 최신 제안과 관련해 내부 및 파벌 간 협의를 마쳤다"며 중재국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는 "이 (중재안) 틀을 이행할 방안에 대한 협상을 즉각 시작할 만반의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 18일 휴전 연장이 무산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재개한 지 약 100일 만에 나왔다. 이스라엘도 이미 해당 제안에 동의한 만큼 가자지구는 다시 한 번 중대한 전환점에 서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의 답변을 받은 뒤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곧 '근접 회담'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대표단이 한 건물에 머무르며 중재자가 오가며 조율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이 소식통은 협상이 며칠 걸릴 수도 있고 더 빨리 마무리될 수도 있다며 "휴전 기간 중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 일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와 직접 접촉하며 인질 석방 문제에 관여해 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업가 비샤라 바흐바는 페이스북을 통해 "하마스가 필요하다고 본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내 생각엔 이 개정안은 앞으로 일주일 내에 휴전 협정에 도달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번 휴전안은 하마스가 생존 인질 10명과 사망한 인질 시신 18구를 이스라엘에 돌려보내는 대신 이스라엘이 일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휴전 기간은 60일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안에는 60일 동안 이스라엘군이 최근 점령한 가자지구 지역에서 철수하고 미국·카타르·이집트가 영구 휴전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마스와 연계된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는 하마스 발표 이후 지지 입장을 내고 "인질이 석방된 후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는 추가적인 보증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수차례 휴전에 근접했지만 세부 조율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핵심 쟁점은 '휴전 지속성'이었다. 하마스는 인질 전원 석방 이전에 전쟁이 영구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통치 체계가 먼저 해체돼야 한다고 맞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며 출국 전인 5일 밤에는 전체 내각 회의를 열어 휴전안을 논의한다.
중앙일보
이해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