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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사 모사드

1949년 설립 이후 숱한 전설적 작전 수행
수단·방법 안 가리는 세계 최강 정보기관
삐삐 폭탄·엔테베 작전… 전세계 경악
게티이미지뱅크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12일간 진행된 이란과의 전쟁 초기 판을 흔드는 ‘선봉대’ 역할을 맡았다. 드론을 이용한 ‘핀셋 암살’, 협박 전화 심리전, 이란 대공 방어체계 파괴 작전을 수년간 물밑에서 준비했다. 이스라엘 최대 안보 자산인 모사드의 기습 작전에 이란의 대응체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국제 정보전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모사드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개시 몇 개월 전부터 이란 내로 드론을 대거 밀반입했다. 작전 개시 신호와 함께 날아오른 드론이 이란군 수뇌부를 정밀 타격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등 군 장성들과 핵과학자 9명이 자택 침실 등에서 암살됐다. 공습 직후 모사드는 곧바로 2선급 군 간부들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다. 한 정보 요원은 이슬람혁명수비대 장성에게 “가족들과 12시간 안에 도망쳐라. 그러지 않으면 제거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모사드가 반입한 정밀 유도무기와 드론은 테헤란 인근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했다. 방공망이 무력화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상공을 활보하며 폭탄을 퍼부었다. AP통신은 모사드와 이스라엘군이 이번 작전 준비에만 3년 이상을 투입했다고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 등에 대한 정밀 타격도 모사드 정보를 기초로 이뤄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은 수년간 이란의 여러 핵시설 위치를 감시했고, 각 장소에 지상 요원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타격 삐삐 폭탄.

지난해 9월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사건도 치밀한 첩보전의 결과물이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삐삐와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조직원 등 최소 37명이 숨졌고 3000여명이 다쳤다. 모사드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대만 브랜드를 내세워 삐삐를 공급했다. 삐삐가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자 속 전사’를 자처하는 모사드는 적국 심장부에 침투해 정찰, 공작,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 비밀작전 부서 ‘메차다’ 산하에 암살 전문팀 키돈(히브리어로 단검)을 운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모사드의 힘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라는 절대적 가치에서 나온다. 적대국의 테러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모사드의 무능은 국가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연결된다. 모사드는 1949년 설립 이래 76년 역사상 13명만 국장으로 재임했을 만큼 5년 임기가 보장되고 장기 재임 사례도 많다. 총리 직속 기관으로 국내 정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 압송.

1960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가장 잘 알려진 작전이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50년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들이 사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나치 독일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였다. 아이히만 일가가 아르헨티나에 있다는 첩보가 1957년 독일을 거쳐 이스라엘에 전달됐다. 모사드는 수년간 추적 끝에 체포에 성공했다. 모사드는 아이히만에게 약물 주사를 놓은 후 이스라엘 정부사절단 비행기에 태웠다. 아이히만은 이스라엘에서 재판을 받고 1962년 사형당했다.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은 이스라엘 국민 영웅으로 꼽힌다. 코헨은 1962년 시리아에 입국해 화려한 파티를 열며 현지 상류층의 환심을 샀다. 골란고원 방어를 담당하는 부대장과 친분을 쌓아 기밀 지역에 드나들었다. 당시 병사들이 햇볕에 노출돼 있다며 골란고원 개인참호 주변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을 것을 권유했다. 그는 고위 장교들의 역할, 극비 군사 명령을 이스라엘로 송신했다. 잦은 정보 유출을 의심한 시리아 정보국 요원들에 의해 결국 정체가 발각됐다. 이스라엘에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있었던 코헨은 1965년 5월 사형 집행 3일 전 아내에게 “이미 지나간 일에 눈물로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엔테베 공항 인질 구출 작전.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코헨이 송신했던 군사 정보와 유칼립투스 나무를 표적으로 삼아 포격을 가했고 골란고원을 점령하는 대승을 거뒀다. 시리아는 코헨의 유해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018년 코헨의 유품인 손목시계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0세가 된 코헨의 아내를 만나 유해를 반드시 되찾겠다고 말했다.

2010년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 암살 사건도 모사드 작전으로 지목된다. 요원 20여명이 암살 후 출국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두바이 호텔 CCTV에 요원들 얼굴이 찍혔고 위조 여권 사용이 발각돼 유럽연합(EU)이 강하게 비난했다. 그간 모사드는 해외 작전지에서 국제법을 어기고 국제질서를 파괴한다는 비판에 수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적대국이 두려워하는 모사드의 힘은 국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온다는 시각도 있다.

이란 핵심 핵과학자 암살.

특히 모사드는 숙적 이란의 핵 개발 지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모사드는 2018년 테헤란에서 핵 개발 관련 문서 5만5000쪽과 CD 183개를 탈취했다. 요원들이 비밀창고 금고 32개를 가스 토치로 절단해 500㎏에 달하는 문서를 빼돌렸다. 2020년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암살한 것도 모사드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모사드는 이란과의 휴전 합의 직후인 지난달 25일 이례적인 공개 입장문을 내고 “수십년간 우리 안보를 괴롭혀온 이란의 위협은 이스라엘군과 모사드, 그리고 동맹 미국의 지원 덕분에 상당히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 내 모사드 간첩을 색출하려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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