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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선 최근 ‘간사이공항’ 침하 우려 보도 이어져
개항 후 30년간 보수 중… 올해 해안제방 추가
“PBD·DCM 공법, 대규모 해상공사 검증 안돼”
“가덕도신공항, 열악한 입지… 난공사 될 것"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사업은 추진되는 분위기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항공·건설업계 우려는 여전히 크다. 가덕도신공항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조선비즈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에 앞서 공법·부등침하 등 기술적인 안전문제, 경제성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일본 간사이공항의 성공 사례에서 기인한다. 간사이공항은 일본 최대·최고의 토목공사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해상매립공항이다. ‘세계 10대 건축물’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예상치를 넘어선 지반침하로 거액의 유지보수 비용이 매년 투입되면서 일본 정부의 ‘애물단지가’가 됐다.

최근 ’30년이 지나면 간사이공항의 일부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최첨단 공법을 동원해 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간사이공항을 둘러싼 소파블록의 모습. 소파블록은 파도를 흡수하기 위해 고안된 콘크리트 블록이다./간사이공항 홈페이지

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간사이공항에서는 현재 해안제방, 방조제를 추가하는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간사이공항을 지탱하는 두 개의 인공섬 중 하나가 18m 가까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 섬은 20m 두께의 연약지반 위에 지어져 220만개의 수직 배수관을 설치했지만, 해저의 점토층이 점점 압축되고 있다. 현재 공항 부지의 가장 낮은 곳은 해발 2m로 알려졌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1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는 2000여억원이다.

간사이공항이 지반침하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 중인 공사는 또 있다. 방수벽 공사와 지하수·배수 시스템 정비공사, 부등침하(불균등한 침하)로 인한 잭업(Jack-up) 공사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잭업 공사는 간사이공항의 제1터미널의 기둥 900개의 수평을 보정하는 작업이다. 기둥 별로 다른 침하 정도를 파악하고, 플레이트를 삽입해 수평을 맞춘다.

기둥 가장 아래 부분에 금속판을 끼워 높이를 조정하는 것으로, 책상이 흔들릴 때 책상다리 아래 종이를 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간사이공항은 공식 홈페이지에 잭업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잭업 공사의 비용은 비공개로, 수 년 마다 한 번 씩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간사이공항 관계자들이 여객터미널 기둥 아래에 '잭업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간사이공항 홈페이지

해외 언론매체들은 최근 간사이공항의 지반침하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에 한 보도에 따르면 간사이공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침하될 경우 2056년 공항의 일부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간사이공항이 건설될 당시 개항 후 50년 동안의 지반침하 추정치를 바탕으로 매립 토사의 양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간사이공항은 1994년 개항했다. 이 분석은 지금과 같은 유지보수 공사를 지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Straits Times)’, 중국의 ‘SCMP(South China Morning Post)’ 등 아시아권 언론에서도 이를 후속 보도했다.

간사이공항은 공사 당시 50년간 11.5m 침하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토사 매립량을 결정했다. 하지만 개항 이후 6년 만에 11m가 내려 앉았다. 누적된 토사의 무게에 더해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리며 지반에 가해지는 하중, 해수면의 상승, 지반의 불규칙한 움직임 등 사전에 예측하기 힘들었던 변수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반적인 지반 침하로 2018년 9월 태풍 제비가 일본을 덮쳤을 때, 간사이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겨 15일간 문을 닫았다.

매년 유지보수 비용으로 거액이 투입되면서 간사이공항은 세계에서 비행기 착륙료가 가장 비싼 공항이 됐다. 세계 각국의 항공사가 자연스럽게 간사이공항 취항을 줄였다. 지난해 간사이공항을 이용한 승객 수는 3180만명으로, 인천국제공항(7070만명)의 절반이 채 안 된다. 공항의 경영여건도 급격히 악화됐다. 일본 정부는 간사이공항의 부채가 불어나자 2011년 인근 이타미공항과 통합한 뒤 지주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러다 2016년에는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했다. 간사이공항은 과도한 공사비와 지반침하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이 공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2018년 9월 4일 태풍 '제비'로 활주로 대부분이 물에 잠긴 간사이공항의 모습./AP연합뉴스

이 같은 간사이공항의 사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 앞서 짚어볼 대목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오사카만 내해(內海)에 위치한 간사이공항보다 변수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가 후보지로 경쟁 중이던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모두 탈락시킨 주 요인에도 ‘불리한 지형조건’이 있었다. 당시 100점 만점에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을 받았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고(故) 박창호 서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해 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 적용될 첨단공법도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연약지반 개량에 폭넓게 활용되는 연직배수(PBD·Plastic Board Drain) 공법은 최근 부산신항 공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는 해상에 활용된 적이 없다. 연약지반의 점토층에 플라스틱 보드를 삽입해 배수를 촉진하는 공법이다. 부산신항은 내해에 있지만 가덕도신공항은 외해(外海)에 위치해 있어 그 환경이 다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아래 연약지반은 깊이가 최대 60m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 공법에 대해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의 토목담당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대규모 해상공사에서는 사용된 적은 없는 공법”이라면서 “대형공사에서 검증되지 않은 공법이라 적용 후 지반침하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부등침하를 막기 위한 심층혼합처리(DCM·Deep Cement Mixing) 공법은 장비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공법은 일명 수중 콘크리트 공법으로, 연약지반에 시멘트와 물의 혼합물(슬러리)을 저압으로 주입한 뒤 토사와의 반응을 통해 연약지반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대체하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활주로와 연결되는 지반을 개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울릉공항 공사에서도 적용된 적이 있지만, 가덕도신공항에는 대규모 활주로를 건설해야 해 국내 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DCM 전용선이 10여척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의 사업비로 13조원 가량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6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2023년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단가의 상승, 사업계획 미비, 설계오류, 누락 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총 사업비는 16조6437억원으로 추산된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항공수요와 장래 화물 수요의 과다예측도 경고했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전 대한토목학회장)는 “가덕도신공항은 파도가 센 외해에 위치해 있어 방파제 설치를 비롯한 전반적인 공사가 난(難)공사가 될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PBD 공사의 경우 흔들리는 배 위에서 100m는 박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덕도의 입지적 조건을 고려할 때 공사비, 공사기간을 확정적으로 추산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들이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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