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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이제 폭염과 동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유럽 역대급 폭염(종합2보)

랭크뉴스 | 2025.07.01 22:40:04 |
스페인 남부 47도, 바르셀로나 100여년만의 6월 최고온
인명피해·산불 곳곳서 피해…아프리카 '열돔' 북쪽 확장해 가마솥


더위에 햇볕 가리는 프랑스 파리의 관광객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파리=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송진원 특파원 = 이제 7월 초인데도 유럽이 역대급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고온건조한 고기압 '열돔'의 영향에 곳곳에서 6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포르투갈 도시 모라의 기온이 섭씨 46.6도까지 올라 6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바로 전날 수립된 기존 기록(45.4도)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스페인 남부 엘그라나도에서도 수은주가 46도를 찍어 6월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수립했다. 바르셀로나 역시 100년 넘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고 스페인 기상청이 1일 밝혔다. 6월 바르셀로나의 평균 기온은 26도로, 2003년의 25.6도를 넘어섰다.

AP 통신은 바르셀로나의 경우 스페인 북동부 모서리에 위치한 지형적 조건으로 폭염을 피하는 지역이지만, 올해는 전날 기온이 37.9도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1일 유럽 본토 96개 권역 중 16곳에 폭염 적색경보, 68곳에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수도 파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 이상을 찍을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날부터 2일까지 1천350곳의 공립 학교가 전체 또는 부분 휴교한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폭염의 영향으로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했다. 원자로를 식힌 뒤 배출되는 냉각수가 이미 폭염의 영향으로 달궈진 강의 수온을 더욱 높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프랑스에서 더위 피하는 노인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는 각 도시에서 공원 개장 시간을 연장하고, 수영장·박물관 등을 무료로 개방하는 방식으로 더위 피해에 대응하고 나섰다.

이탈리아도 16개 도시에 '레벨3'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뿐 아니라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폭염을 의미하는 경보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인기 TV진행자를 내세워 더위 대응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영국에서 이날 개막한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이 열리는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은 기온이 29.7도로 140여년의 역사에 개막일 기준 최고기온 기록을 썼다.

윔블던 경기 관람 중 더위를 식히는 관객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8일 코르도바에서 노동자 1명, 바르셀로나에서 시 공무원 1명 등 2명이 숨졌는데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된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1일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볼로냐 인근에서 47세 건설 근로자가 태양 아래서 장시간 근무하다 갑자기 쓰러진 뒤 사망했다.

프랑스 매체 르프로그레에 따르면 동부 브장송에서 지난달 30일 35세 토목공사 근로자가 퇴근길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동료들은 그가 이날 업무 중 여러 차례 더위를 호소했다고 증언했다.

WP는 밤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이른바 '초열대야' 현상도 유럽 각 지역에서 나타났다고 전했다.

평년이었다면 아직 풍성한 만년설에 덮여 있어야 할 알프스도 더위의 직격탄을 맞았다. 프랑스 알프스의 최저 빙결고도는 해발 5천136m까지 상승했다. 지표면에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높이가 평년보다 약 300m나 높아졌다는 의미다.

빙결고도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천807m)은 얼음이 녹는 영상 기온에 노출됐다. 기상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몽블랑 정상 부근의 기온은 24시간 이상 영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사진가는 알프스 라메주 산을 가리키며 엑스(X)에 "모습이 마치 두 달 더위를 버티고 난 8월 말 같다. 이제 겨우 6월 말인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더위를 직접 겪었다. 그는 엑스 게시글에서 "이상 폭염은 더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다. 이제 '뉴노멀'이 됐다"며 "더 강력한 기후 행동을 즉각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게시글을 작성한 스페인 세비야는 이날 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일 "전 세계는 이제 폭염과 동거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탓에 인류는 장차 더 강한 폭염을 더 자주 맞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비자네에서 발생한 산불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더위의 주범은 아프리카에서 형성된 '열돔'으로 파악된다.

고온건조한 열돔은 최근 북아프리카부터 남부 유럽까지 영향을 끼치고, 그 세력을 북부 유럽까지 확장하고 있다. 열돔의 발원지와 가까운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알제리는 이미 가뭄을 겪고 있다.

WMO는 지중해의 이례적인 해수 온도 상승을 유럽 대륙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온 건조한 대기의 영향에 산불도 잇따랐다.

각지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은 그리스에서는 산불도 수십 건이 발생했다고 NYT는 전했다. 포르투갈에서도 30일 현재까지 산불 6건이 발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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