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가능성 등 분석 끝낸 현대건설
현대차그룹 차원 조사도 진행
조사참여 기술진에 ‘보안서약서’ 받아
태풍·강풍 그대로 노출… 항공기 옆면 강타
“예타면제 후폭풍, 미래에 감당해야 할 것”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사업은 추진되는 분위기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항공·건설업계 우려는 여전히 크다. 가덕도신공항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조선비즈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에 앞서 공법·부등침하 등 기술적인 안전문제, 경제성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가덕도신공항이 부산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오히려 경쟁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 김해공항 확장안 등 다른 선택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A대학 항공교통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개항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 차례 성공한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을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치명적인 항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사업은 약 13조원을 들여 부산 가덕도 일원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국제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개항은 당초 2029년 말을 목표로 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현대건설 제공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지난 5월 30일 사업 불참을 선언한 데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건설이 기본설계 단계에 600억원을 투입해 25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 심층적인 기술검토를 진행한 것과 더불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극비의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그룹의 반대로 사업 참여가 무산되자,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 설계 단계에서 들어간 600억원이 매몰 비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 불참 선언을 한 후 그 배경을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들에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는 언론에 발표한 입장 그대로가 맞다. (기본설계안까지 만든 상황에서 불참은) 사실상 ‘죽 쒀서 개준 꼴’”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그룹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은 6개월 간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면서 가덕도신공항 완공 후 사고 위험성 등 치명적인 통계치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기본설계를 포함해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관련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는 보안서약서까지 받았다.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한 대학교수는 조선비즈의 취재요청에 “보안서약서를 써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내부 담당팀에서 공법과 부등침하의 위험요소 등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있었다”면서 “주관사였기 때문에 안정성, 경제성 등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조사한 걸로 안다”고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빠졌기 때문에 신공항 안전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제공
항공·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불참 배경에 대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부등침하’다.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는 가덕도 육상과 해상의 매립지를 걸쳐서 조성되는데, 매립지가 침하되면서 말 그대로 불균등한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상매립공항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간사이공항은 공사 중 9.8m 침하됐고, 개항 직후에도 2.6m 침하됐다. 간사이공항은 2018년 9월 태풍으로 인해 침수되면서 유지보수 문제로 폐쇄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의 토목담당자는 “부등침하를 막기 위한 유지보수 작업을 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어 항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무안공항 사고처럼 항공사고는 인명피해가 크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할 입지여야 하는데 가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가덕도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활주로가 들어설 해역에는 최대 60m에 달하는 초연약지반과 점토층이 분포돼 있다. 신공항의 59%는 해상을 매운 매립지 위에 건설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도 매립지에 건설됐지만, 해역 환경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남해에 위치한 가덕도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과 강풍을 막아낼 재간이 없고, 활주로가 동서방향으로 배치돼 사고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서해와 남해는 확연히 다르다”면서 “활주로가 동서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강풍이 항공기의 옆을 칠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은 예비타당성 검사도 면제받았는데, 그것이 나중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무리한 공항투자는 향후 유지보수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투입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사업참여를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현대건설 제재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사업 수의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 로펌에 법률자문을 받고, 필요할 경우 이를 참고해 기획재정부에 국가계약법 위반에 대한 유권해석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달청도 ‘계약상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 방안을 법적 검토 중이다. 만약 현대건설의 법적책임이 인정될 경우 일정기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조선비즈
조은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