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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 정책이 시행된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주담대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현규 기자

‘패닉바잉’이 고조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초강력 대출 규제로 빠르게 식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쇄도하던 전화 문의가 뚝 끊겼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신혼부부들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2채가 대출규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패닉바잉’은 일시적으로 멈추는 모양새다.

29일 부동산R114의 수도권 아파트 평균 시세를 토대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의 영향권을 단순 계산한 결과 서울 25개 구 가운데 18곳이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이들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 매매를 시도한다고 계산했을 때의 결과다. 산술적으로는 18개 구 127만6257가구로 서울시내 전체 아파트 가운데 임대를 제외한 약 171만7384가구의 74% 규모다.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 14억6000만원(부동산R114 기준)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하면 기존엔 10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대출 가능액은 4억2000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실제 매물과 매매가, 개인 소득을 고려한 대출가능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영향을 받는 수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유례 없는 강력한 대출규제책으로 인해 부동산 매수 심리는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은 일시 마비 상태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문의가 뚝 끊겼다”며 “규제 발표 당일에 부산 매수희망자가 여유자금 6억원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 문의가 왔는데 ‘지금은 어렵고, 부산 집을 팔고 1주택으로 온전한 걸 사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돌아갔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적용된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로 매수 계획을 급히 수정하는 이들도 적잖다. 시장 위축에 따른 실수요자와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막기 위해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주말 임장을 예약했던 한 부부가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졌다’면서 방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올해 말 결혼하는 30대 직장인 권모씨는 전세 선회를 고민 중이다. 정부가 생애 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대출의 대출한도를 축소하면서다. 권씨는 “사실상 전세로 트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담대 6억원 제한’ 규제로 인한 과민반응을 우려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27일 “6억원을 대출받으면 매월 300만원을 30년간 내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대출받는 사람은 10% 내외”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수도권 중위소득 연 6000여만원(2023년 기준)의 차주가 수도권 10억원 주택을 살 때 최종 대출금액은 4억1900만원으로 기존과 변동이 없다. 경기도 거주 직장인 이모씨는 “어차피 6억원까지 대출이 안 나와서 와닿지 않는다”면서도 “문재인정부에서 규제를 할 때마다 집값이 올랐던 경험이 있어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생길까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과열을 가라앉힐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충격요법으로 당분간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강벨트 고가 아파트를 정조준한 충격요법이지만 정책자금대출 한도도 줄면서 중저가 수요를 제동시키는 측면이 있어 반사이익이나 풍선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한 규제로 과열을 일단 가라앉힌 뒤 동시에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앞으로 약 5년을 이끌 대책을 급하게 내놓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진단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파장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소유권 이전 전에 세입자 전세대출이 가능)을 금지하고, 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기면서 전세 유통 매물도 함께 줄어드는 등 전세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있다. 또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에서 80%로 강화돼 전세매물 부족, 전세가 상승, 월세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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