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사건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비공개 소환을 요구하며 특검과 신경전을 벌이더니, 출석 후엔 ‘조사자를 바꾸라’며 절차에 트집을 잡았다. 전직 대통령의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형사법을 잘 아는 ‘법 기술자’ 면모만 유감없이 보여준 그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쯤 내란 특검에 출석했고, 다음 날 오전 1시쯤 청사를 나갔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 임한 시간은 5시간 정도였다. 그는 조사자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의 교체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과장이 자신에 대한 ‘불법 체포’(1월 체포영장 집행)를 지휘한 가해자라는 게 윤 전 대통령 측 논리다. 이에 경찰청은 “박 총경이 영장 집행을 지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억지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특검 출석 전 ‘기자들이 대기하는 현관으론 갈 수 없으니, 지하주차장으로 가겠다’고 요구했다. 포토라인은 그냥 지나쳤고, 출석과 귀가 때는 기자들 질문도 무시했다.
역대 여러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처럼 비협조와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한 경우는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섰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내로남불’의 극치기도 하다. 명백한 국민의 알권리 대상인 전직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으로 출석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그의 ‘공적 책임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지금껏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법원·내란 특검에서 법을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그가 다른 특검 수사에 제대로 응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에게 성실히 조사받을 것을 다시 촉구한다. 국민이 바라는 진상 규명에 딴죽을 걸고 얄팍한 법 지식으로 시간이나 끌고자 한다면, 준엄한 단죄의 당위성만 높일 뿐이다. 윤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세 특검도 전직 대통령의 편의나 위신을 고려하기보다, 신속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최선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