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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몽' 공동집행위원장 인터뷰>
청문회서 '金 기독교인' 부각, 편향 논란 질문 없어
金, 외신 간담회서 "차금법? 2개의 헌법적 목소리"
"'차별할 권리' 옹호를 종교적 자유로 포장" 비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24, 25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 대립 속에 파행을 빚으며 끝났다. 야당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의혹, 자료 미제출 등을 물고 늘어졌으나 파괴력은 미미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수에서 압도적 다수인 만큼, 그가 낙마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여론도 나쁘지만은 않다. 26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잘한 인선’이라는 응답 비율은 45%로, ‘잘못한 인선’(31%)보다 14%포인트나 높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는 결국 ‘김민석’이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생략된 질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재 발의된 보편적 차별금지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등 논란이 될 법한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 사회와 진보 정당에선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지적, “특정 종교적 신념이 정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 등을 쏟아낸다. 그의 발언에 대한 비판 지점들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몽(활동명) 공동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정리해 봤다.

金, 동성애·차별금지법에 '반대' 의사

김민석(가운데)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논란을 야기한 김 후보자 발언은 2023년 11월 기독교계 단체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주최 행사에서 나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그는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입장이 바뀌면 인정할 수 있다는 보편적 가치와 상대주의 영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와 종교적 입장에서 비판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도 말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 도중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을 본인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고, 자신의 개인적·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자신이 처벌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두 가지의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에둘러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은 ‘동성애가 택할 수 있는 문제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와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 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는 23일 공동 성명에서 “동성애는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출생률 관점에서도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성혼을 인정하는 39개국을 보라. 우리나라와 같은 유례없이 낮은 출생률을 찾아보기 어렵고, 동성혼 인정으로 출생률이 낮아졌다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金, 차별할 권리 유지시켜 달라는 주장에 동조”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의 참가자들이 동성결혼과 차별금지법, 학생인권특별법 제정 등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뉴스1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두 가지 헌법적 목소리의 경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은 김 후보자의 최근 발언도 비판할 대목이 적지 않다. 몽 집행위원장은 2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부담도 지지 않고 사실상 누군가를 차별할 권리를 앞으로도 유지시켜 달라는 주장을 종교적 자유로 포장했다. 그리고 이를 헌법적 가치로 격상시킨, 아주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에 대한 몽 위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부 교회의 주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시 더 이상 교회가 예전 같은 세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혹은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계속 차별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난 17일 김 후보자의 언급은 “굉장히 왜곡된 구도”라는 평가였다.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 묻는 질문 없었던 청문회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도중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독교 경전인 성경을 읽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김 후보자는 2023년 기독교 단체 행사에서 자신을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민주주의자’로 소개했다. 이번 인사 검증 과정에선 그가 2020년부터 5년간 교회 헌금으로 2억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독교인 김민석’은 국무총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인사청문회에서도 부각됐다. 24일 청문회에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성경을 펼쳐 마태복음의 한 구절을 읽으며 “이 말씀을 총리 후보자께서 그 엄청난 역경을 이기면서 몇 번이나 되새겼을까 생각했다”고 말한 것이다. 박 의원은 본인이 고교 시절 성가대 활동 등을 하며 기독교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불교인권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중대 사안”이라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도 성명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종교적 가치관을 기준 삼아 후보자 자격을 판단하려는 시도는 공적 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엄격한 정교분리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종교 편향적 발언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럼에도 인사청문회에선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에 대한 김 후보자 입장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이 전무했다. 몽 위원장은 이를 두고 “사회의 최저선을 확인시키는 대안적인 정치적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사실상 동성애 찬반으로 점철된 토론회도 있었을 정도로 관련 논쟁이 있었어요. 이 주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밝히는 후보들이 있어도 지금 사회의 최저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가, 어떤 저지선만큼은 후퇴 없이 지켜야 하는가를 확인시키는 정치적 목소리는 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지금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진전하고 있는가를 회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예요.”

"OECD 국가 중 한국·일본만 없는 차금법"

1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목할 대목은 오히려 김 후보자의 외신기자 간담회였다는 게 몽 위원장 진단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나 계획을 묻는 질문이 세 차례나 나왔다는 이유였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18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다 임기 만료로 사라졌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은 유엔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몽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한국과 일본만 차별금지법이 없는데, 왜 이렇게 아시아 국가에서 제정이 힘든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주요 7개국(G7) 중 한 곳이면서도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나 차별금지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내외적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처럼 (정치권이) 보수 개신교의 노골적 입장을 대변하기는 힘들어졌다. 민주당 역시 한발 내딛는 진전이라도 보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평가에 부담을 느껴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금법 제정, 방향은 맞다"… 새 정부서 제정될까

17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재명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최근 차제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구체적 계획과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를 시민 1만 명 이상 서명을 받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질문에 “방향은 맞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너무 복잡한 현안들이 많이 얽혀 있다. 이걸로 새롭게 논쟁과 갈등이 심화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정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과연 이재명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은 제정될 수 있을까. 몽 위원장은 일단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어쨌든 차별과 혐오는 없어야 한다는 건 한국 사회와 정치권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란 정국 수습 등 과제가 많은 것은 안다. 그렇다면 이제는 최소한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떤 입장과 목표를 갖고 논의 체계를 마련할지 등 로드맵과 타임테이블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광장의 힘으로 새 정부를 열었는데, 민주당이 만약 구체적 실천을 보여 주지 않으면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마지막에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 이상의 지체 없이 정치권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촉구의 목소리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몽 공동집행위원장. 몽 집행위원장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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