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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브랜드 정반합(正反合), 브랜드는 진화한다 [브랜드 인사이트]

랭크뉴스 | 2025.06.29 06:58:03 |
[브랜드 인사이트]


에어비앤비. 사진=AFP·연합뉴스


시대의 상식이 바뀌었다. 저금리 시대는 끝났고 자유무역 질서에도 금이 갔다. 글로벌 공급망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하나의 정설(Thesis)은 반대의 흐름(Antithesis)을 만나 갈등을 겪고 이를 극복한 합(Synthesis)이 된다. 정반합의 이론이자 변증법의 논리다. 정과 반의 갈등 속에 새로운 합을 찾고 있는 시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정(正)


오랫동안 브랜드 전략은 브랜드의 지향점, 페르소나를 이야기해 왔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WHY)를 찾고 누구(WHO)인지를 규정하는 과정이다. 에어비앤비는 ‘Belong Anywhere’로 ‘소속감’을 브랜드 핵심에 둠으로써 ‘여행’이 아닌 ‘머무름’을 말했다.

브랜드에 고객 정의는 중요했다. 고객을 분류하고 핵심 타깃을 찾는 일, 그들의 니즈와 인사이트를 파악하는 일이 선행됐다.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고객경험을 찾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었다.

브랜드 생태계를 고민하며 고객이 브랜드 내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록인 효과를 기대했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온·오프라인 채널 연계 등으로 생태계가 단단한 브랜드는 고객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투자 대비 효율(ROI)을 높일 수 있었다.

브랜드는 더 나아갔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의 선봉에 섰고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나이키는 평등의 권리를 외쳤다. 브랜드가 시대의 어젠다를 설정하는 리더십. 이것이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던 파워 브랜드의 모습이었다.

뉴욕 나이키 매장. 사진=AFP·연합뉴스


반(反)


정답처럼 보이던 브랜드의 역할이 달라졌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우리의 코스매틱 산업은 더 이상 빅브랜드가 주인공이 아니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스템 속 ‘가성비’ 제품이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판매된다. 제품 자체가 브랜드인, 식별자로서만 역할하는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다. 소비자 조사도 필요치 않아 보인다.

제품 개발 비용이 낮아지고 고객 반응을 확인할 방법이 쉬워졌다. 프로토타입을 시장에 선보이고 반응을 확인하고 개선한다. 디지털은 홍보와 판매 채널을 동시에 수행하며 고객의 직접 평가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게 했다.

전통적 광고 캠페인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대체되고 있다. ROAS는 투입된 광고비 대비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와 카카오에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미 대세다.

브랜드 생태계도 변화한다. 다이소는 이커머스 흐름 속에서도 오프라인 단일 채널만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슈퍼앱 출현 예측은 어긋났고 전문화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적 어젠다를 설정했던 브랜드들도 역풍을 맞았다. 디즈니는 ‘정치적 올바름’ 편에 서며 영화 콘텐츠의 참패를 확인했고 스타벅스는 중동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대규모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다이소 부산허브센터. 사진=아성다이소


합(合)


언뜻 상반된 흐름으로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브랜드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을 각기 독립적으로 접근함에 기인한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분절로 올라간 비용은 기업 수익을 악화시키며 단기 이익에 초점을 두도록 만들었다.

비즈니스 전략이 브랜드 전략을 압도하며 브랜드가 등한시되는 결과를 낳았다. 스타벅스는 2024년 9월 브라이언 니콜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Back to the Starbucks’를 선언했다. 메뉴를 줄이고 머그컵을 제공하며 고객 콜링을 강화해 스타벅스 고유의 고객경험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나이키는 27년 만에 슈퍼볼 광고에 복귀했다. 소비자직접판매(D2C)와 퍼포먼스에 집중했던 전략의 전환점으로 나이키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브랜드와 비즈니스 전략의 합치를 본다. 브랜드의 정(正), 이어서 갈등했던 반(反). 이제 이 둘이 다시 합(合)이 된다.

2022년 미국 뉴욕 코로사검사소. 사진=AFP·연합뉴스


1. End of Positioning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 전략의 효용성을 다시 고민한다. 제품의 품질, 가성비, 특정 인플루언서 추천만으로도 매출과 주가가 널뛰는 시대다. 영원한 경제적 해자는 없고, 차별적 포지셔닝이라 생각했던 기술, 품질, 가격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격차가 줄어든다. 반대로 브랜드 지향점은 브랜드와 함께 영원하다. 애플(Best user experience), 이케아(Better everyday life), 코스트코(Do the right thing), 레고(Learning-through-play)가 이야기하는 지향점은 단기적 포지셔닝이 아니다.

2. Still in beta. That’s the point

소비자 조사가 무용한 것도 프로토타입 테스트만이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다. 다만 부정적 결과가 두려워 베타 테스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초기 투자가 막대하지 않다면 ‘베타’ 론칭은 고객 니즈 확인을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3. Don’t be performative


알고리즘이 가치관을 결정하는 시대다. 알고리즘을 통한 접근은 유사한 취향의 타깃을 찾을 수 있지만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유효한 도달의 수단이지만 알고리즘에서 벗어난 경험은 브랜드 생태계를 확장한다. 퍼포먼스 마케팅 지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브랜드 지표와의 연계성 속에서 해석해야 하며 퍼포먼스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동안 브랜드 내러티브는 무너질 수 있다.

브랜드의 진화. 자료=인터브랜드


4. Brand funnel upside down


제품의 라인업을 늘리고 연관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던 전략은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이 목적이다. 이렇게 형성된 브랜드 생태계는 인지-선호-충성으로 흐르는 브랜드 펀넬과 유사했다. 브랜드 생태계도 유연해졌다. 더 이상 공급자만이 만드는 생태계가 아니다. 소수의 팬들이 건강한 브랜드를 키워내는 시대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커뮤니티나 굿즈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충성 팬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선호 타깃을 확대하며 인지를 넓혀가는 역깔대기도 가능하다.

5. Pick your battlefield

브랜드는 정치, 사회적 단체가 아니다. 브랜드 지향점과 연계된 이슈여야 브랜드의 목소리가 리더십을 발한다. 애플과 나이키도 브랜드 지향점하에 ‘Privacy’와 ‘Equity’를 말한다. 고객은 브랜드에 자신의 신념을 투여한다. 그것을 가치 소비로도 부른다. 브랜드의 리더십은 브랜드의 팬덤을 만든다.

브랜드는 진화한다


정반합은 진화의 과정이다. 합은 다시 정이 되어 동일한 과정을 영원히 반복한다. 브랜드도 진화한다. 식별자로 등장한 브랜드는 ‘자산’이 되었고 ‘경험’으로 발전했으며 ‘생태계’를 만들고 ‘리더십’으로까지 나아갔다.

브랜드의 위기처럼 보였던 ‘반(反)’의 현상도 기술과 사회 트렌드 변화에 따른 방법의 단면일 뿐 브랜드의 본질을 더 강조한다.

브랜드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고객의 본질적 니즈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테스트하며, 퍼포먼스와 브랜딩의 균형을 찾고, 유연한 생태계를 상상해 단단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것. 영속하는 브랜드는 정반합으로 진화한다.

이상관 인터브랜드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상관 인터브랜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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