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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BYD 자동차운반선 중국 장쑤성 타이창시에서 7,000대 이상의 BYD 전기 차량을 싣고 브라질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야디(BYD) 등 ‘중국 밖’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남미의 브라질까지 손을 뻗고 있다. 전기차 초기 시장인 브라질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29일 업계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BYD는 올해에만 약 2만2000대의 차량을 브라질로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브라질은 특이한 지위를 갖는다. 1950년대부터 사탕수수 부산물을 활용해 연료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시작됐고, 1970~80년대 석유파동과 친환경 정책이 맞물리며 ‘혼합연료(Flex-Fuel Vehicle·FFV)’ 차량 보급이 본격화됐다. 브라질 정부는 휘발유에 일정 비율의 에탄올을 섞는 것을 의무화했고, 현재는 100L 중 27L를 에탄올로 충당해야 한다. 이 비율을 30L로 확대하는 방안이 25일(현지시간) 승인돼 오는 8월부터 30L로 확대될 예정이다.
'HB20'은 현대 브라질 20의 약자다. 사탕수수를 발효한 에탄올을 휘발유와 섞어 쓸 수 있게 개발된 차량이다. 사진 기아

정책 효과는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Anfavea)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승용차·경상용차 신차 판매 중 FFV 차량 비중은 83%에 달했다. 디젤은 9.9%, 전기차는 4.3%, 가솔린은 2.8%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FFV 강국’다운 수치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FFV 연료를 기반으로 한 현지 특화 모델을 출시하고 공장을 세우는 전략을 택해왔다. 현대차는 2012년 브라질 공장을 설립하고 FFV 차량인 ‘HB20’를 출시했고, 지난해에만 HB20 포함 총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판매량 4위에 올랐다.



낮은 브라질 문턱, 전기차 시장 中 선점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FFV 중심 시장에 도전하기보단 보급 초기인 전기차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 공급 과잉과 유럽의 고율 관세(최대 45.3%) 부담을 피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브라질을 전략 시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수입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환경도 중국 업체들엔 기회다. 브라질 정부는 2015년 이후 수입 전기차에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10%이던 전기차 관세율은 같은 해 7월 18%로 올랐고, 올해 7월에는 25%, 내년 7월에는 35%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브라질 산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전 세계는 중국에 문을 닫았는데, 브라질은 열어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카리 포드 대리점과 같은 건물에 문을 연 BYD 자동차 대리점에 "꿈을 이루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차량이 놓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전기차들은 가격을 무기로 브라질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판매된 전기차(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총 17만7300대로, 전년 대비 88.8% 늘었다. BYD는 이 중 43.3%의 점유율로 1위를, GWM은 16.5%로 2위를 기록했다. 체리(4.1%)까지 포함하면 중국 브랜드 3사가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63.9%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 브라질 최저가 전기차 1·2위는 중국 체리차와 JAC(장화이자동차) 모델이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에 기존 완성차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가격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브라질에 판매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BYD 수준의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진입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에선 현지 생산을, 유럽에선 중국산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브랜드의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특화' 하이브리드 개발 속속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2월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과 'N비전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제조사들은 ‘에탄올(플렉스) 하이브리드’로 반격을 꾀한다.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브라질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2023년 1분기부터 1년간 순수 전기차(BEV) 평균 가격은 46% 떨어졌지만, 하이브리드는 11% 하락에 그쳤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BEV보다 평균 7만 헤알(약 1700만 원) 더 비쌌다.

토요타,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은 브라질 맞춤형 플렉스 하이브리드 개발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약 770억 헤알(약 19조 원)의 투자 계획이 공개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2월 룰라 대통령과 회동해 2032년까지 수소·전기차·바이오 연료 하이브리드 기술 등에 11억 달러(약 1조58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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