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페인의 정복 전쟁으로 인해 16세기 마야 문명은 급격히 쇠퇴했다. 찬란했던 도시와 신전은 무너졌고, 복잡한 계급사회는 와해했다. 마지막 독립 도시국가인 노흐페텐(Nojpetén)이 1697년 함락되면서 마야 문명의 전통적인 역사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당시 마야인들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 귀중한 유물과 보물들을 동굴과 폐허, 지하 샘에 숨기며 보존했다.

이러한 마야 문명의 은신처는 오늘날 하나의 상징이 됐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와이너리 미 떼루노(Mi Terruño)는 이 신화적 이미지를 와인에 투영해 ‘마야카바(Mayacaba)’라는 이름을 붙였다. ‘숨겨진 보물’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와인은 와이너리의 ‘가장 소중한 와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 떼루노는 아르헨티나가 말벡 재배를 본격화한 1960년대부터 와인 산업에 종사한 바이고리아 가문이 2004년 설립했다. 와이너리 이름은 ‘나의 떼루아(terroir)’라는 뜻이다. 멘도사 지역 고유의 떼루아와 장인정신을 중시하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현재는 경영을 총괄하는 이그나시오 바이고리아와 가브리엘 바이고리아(수출·마케팅 디렉터)와 마리아 바이고리아(수석 와인메이커) 세 남매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미 떼루노 와이너리는 멘도사 지역에 있다.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서쪽 끝, 안데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칠레와 접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다. 연간 강수량이 250㎜에 불과하다. 와이너리는 마이푸, 산타 로사, 루한 데 쿠요, 우코 밸리 등에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 포도원은 해발 450~1200m 사이 고원 지대에 있다.

멘도사는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물, 적당한 일조량을 갖췄다. 따뜻하고 화창한 낮 뒤에는 안데스 산맥에서 서풍이 불어와 추워진다. 일교차가 큰 기후는 포도의 숙성을 늦추고 생장 기간을 늘리며, 농축된 맛과 향, 단단한 구조감, 균형 잡힌 산미와 함께 포도에 풍미를 더한다. 토양은 안데스 산맥에서 유래됐다. 수천 년에 걸쳐 강물에 의해 퇴적된 자갈과 모래, 점토질 석회암이 섞였으며 유기물이 적고 배수가 뛰어나다. 미네랄 성분도 풍부하다.

그래픽=손민균

멘도사의 와인 제조 역사는 아르헨티나의 식민지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최초의 포도나무는 16세기 중반 스페인의 가톨릭 예수회 소속 사제들이 들여와 성찬용 와인을 만들었다. 17~18세기 스페인 포도 품종이 남미 전역에 확산했고, 멘도사는 안데스산맥의 물 자원과 건조한 기후 덕분에 주요 재배지로 성장했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남서부와 보르도에서 재배되던 품종인데, 19세기 중반 프랑스 농학자 미셸 푸셰가 아르헨티나에 도입했다. 푸셰는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도밍고 사르미엔토의 초청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와서 말벡을 포함한 여러 유럽 품종을 도입했다. 이후 말벡은 고지대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건조한 기후와 잘 맞아떨어지며 빠르게 퍼졌다. 현재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0% 이상을 생산하며, 세계적으로도 말벡의 대표 산지로 인정받고 있다.

미 떼루노 와이너리의 마야카바 말벡(Mayacaba Malbec)은 100% 말벡 품종으로 양조 된다. 특히 평균 수령 100년 이상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한다. 뿌리가 깊은 포도나무는 토양의 미네랄을 풍부하게 흡수하며,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과실 풍미를 형성한다. 수확한 포도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자연 젖산 발효 후 프랑스 오크 배럴에서 20개월 숙성한다. 병입 전 여과 없이 자연스러운 질감을 유지한다.

완성된 와인은 푸른빛이 도는 붉은 가넷 색으로, 코에서는 잘 익은 자두, 말린 과일, 검은 라즈베리의 향이 조화를 이룬다. 입안에서는 향신료를 더한 자두, 검은 베리, 모카, 허브의 풍미가 어우러지고, 실키한 탄닌이 입안에서 풍성하게 느껴진다.

마야카바는 국제적인 평가에서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으며 아르헨티나 말벡 중에서도 프리미엄 와인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마야카바 말벡에 제임스 서클링은 93점을 부여했으며, 와인 어드보케이트는 92점, 와인 앤수지애스트는 94점을 각각 매겼다. 2022 아시안 와인 트로피에선 금메달을 받았다. 국내에선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해당 대회에서 총 4회에 걸쳐 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유통은 젠니혼주류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688 8억6000만원 이상 현금 있어야 서울 아파트 산다…18개 자치구 주담대 대출액 감소 예상 랭크뉴스 2025.06.29
53687 ‘군백기’ 끝난 BTS의 귀환, K팝을 넘어 ‘세계 문화’를 다시 이끌다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랭크뉴스 2025.06.29
53686 “내 험담 하지마” 전 남친 지인에 DM 163번 보낸 20대 벌금형 랭크뉴스 2025.06.29
53685 특검, 尹에 30일 오전 9시 2차 출석 통보... "횟수 제한 없이 소환" 랭크뉴스 2025.06.29
53684 “일한 수형자만 치킨 주는 건 차별” 주장에…법원 “차별 아냐” 랭크뉴스 2025.06.29
53683 文땐 이대남 분노도…"李대통령이 답변" 게시판에 이런 우려 랭크뉴스 2025.06.29
53682 전공의협의회 지도부 교체‥"전향적 대화" 랭크뉴스 2025.06.29
53681 상속 후 4개로 나뉜 땅에 “등기 늦어 집 1채만 분양”한 재개발조합…대법 판단은? 랭크뉴스 2025.06.29
53680 안철수 “국민 곁에 다시 서려면 대선 백서부터 추진해야” 랭크뉴스 2025.06.29
53679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미팅 왜 시작했을까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29
53678 “이게 제일 잘팔린다고?” 바나나우유 제친 편의점 판매 1위의 정체[송이라의 트렌드쏙쏙] 랭크뉴스 2025.06.29
53677 서울 아파트 74% ‘직격탄’… 초강력 대출 규제 여파 본격화 랭크뉴스 2025.06.29
53676 집 안방서 숨진 父 시신 방치한 아들 "경찰관 올 때까지 몰랐다" 랭크뉴스 2025.06.29
53675 [단독] 광복회 이어 '홍범도 예산'도 복원 수순‥보훈부 "추경 필요" 랭크뉴스 2025.06.29
53674 삼양식품 세금소송…대법 “503억원 탈세 정당 추징” [허란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5.06.29
53673 주진우 "국민은 15만원 주고 의원은 출판기념회로 1억~2억…'검은봉투법' 논의해야” 랭크뉴스 2025.06.29
53672 아버지 시신 보름 넘게 방치한 아들 ‘징역 6개월’ 랭크뉴스 2025.06.29
53671 “빛도, 소리도 차단된 사람들” 시청각장애인을 아십니까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29
53670 [르포] ’7세 고시’ 유명 영어학원 입학시험 기출문제집, 몰래 만들어 판다는데… 랭크뉴스 2025.06.29
53669 이재명 대통령 '잘하고 있다' 64%‥6070도 등돌린 국민의힘? 랭크뉴스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