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내란 특검 대면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비화폰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해 조사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조만간 추가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28일 저녁 7시께 기자들과 만나 “체포방해 관련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재개하지 못했다”면서 “오후 4시45분께부터 김정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조재철 부장검사(36기)가 국무회의 의결 관련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포방해 부분은 오전 중에 조사가 일부 이뤄졌지만, 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의 비화폰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한 조사는 아예 이뤄지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방해 혐의를 조사하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교체를 요구하며 이날 오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박 총경이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박 총경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때는 현장에도 없었고 윤 전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수사 지휘도 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3시간 정도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특검팀은 앞선 조사를 중단하고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관련 조사로 넘어갔다. 박 특검보는 “(체포방해 조사는) 서명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개 이후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의 없이 질의·응답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님’으로 호칭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 시간을 포함해 이날 자정을 넘기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오늘 중으로 물리적으로 조사를 마치기는 어렵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이나 수사 집중도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저녁 9시 이후부터는 피의자 동의가 있어야 조사가 가능한데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을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박 특검보는 “조사가 중단된 비화폰 등 부분은 오늘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남은 조사량 등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과 협의해서 소환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단된 조사를 향후에 재개하더라도 특검팀은 박 총경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면 또 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박 특검보는 “꼭 그렇게(조사 거부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본인 방어권 행사한다고 하면 조사를 받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겨레

곽진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