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인간의 도리 저버린 범행"
대한민국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친딸을 40년간 성폭행하고, 자신과 딸 사이에 태어난 손녀까지 욕보인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27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 박진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75)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1985년부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던 딸 B씨를 겁탈했다. 40년 동안 이어진 성폭행으로 B씨는 네 번의 임신과 낙태를 해야 했다. 심지어 A씨는 열 살도 안 된 자신의 손녀이자 딸이기도 한 C양에게까지 몹쓸짓을 했다. 딸마저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비로소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속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C양에 대한 범행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에서는 유전자(DNA) 분석으로 확인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등을 근거로 A씨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장기간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순응하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모녀가 서로 겪은 고통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더 비극적"이라며 "그럼에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어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느끼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꾸짖으며 양형 기준이 정한 권고형(10년~21년 4개월)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마저 버린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와 원심 형량 등을 모두 고려해도 1심 판결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과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일보
박은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