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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증액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도 같은 기준을 요구해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5% 룰’을 두고 한·미 간 협의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이는 아직 상견례도 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방비 증액 “안보 협의서 논의 중”
이 대통령을 대신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귀국 직후인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방비 증액 문제에 대해 “미국이 나토와 유사하게 여러 동맹국에 비슷한 주문을 지금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사한 주문이 우리에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논의가 실무진 간에 오가고 있다. 그런 내용들이 안보 관련 협의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인데, 협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우리 유럽 동맹국들은 이제 특히 아시아에서 동맹의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국방에 GDP의 5%를 지출하는 것”이라며 한국에도 나토와 같은 5% 룰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화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2020년 기준) 대비 국방비 지출은 2.3% 수준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5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위 실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실제 이런 요구를 한국에 해왔고, 이에 따라 실무 선에서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이 (국방비를)덜 쓰는데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한다면(5%를 쓴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게 지난달 31일(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협의는 초기 단계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나토의 국방비 증액에 대해 “우리의 유럽 동맹, 나토 동맹국들이 그것(국방비 증액)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리 동맹과 친구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韓, 간접 투자 '1.5% +α'로 충족 가능
경기도 평택시의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 뉴스1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를 별도로 분담하는 한국에도 5% 룰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방위비보다는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게 ‘부담 총액’을 더 크게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통상 인건비, 군수지원, 군사건설 비용 등으로 항목이 고정돼 있다. 트럼프 1기 때 미 측이 항목 외 부담을 요구하며 5배 증액까지 압박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한 건 근본적으로 SMA는 ‘비용 뻥튀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2기에선 대신 나토식 국방 예산 증액 방식을 적용해 동맹 기여의 ‘판’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나토는 2035년까지 ‘직접 국방비 3.5%+간접 투자 1.5%’로 5%를 증액하기로 미 측과 합의했다. 5%란 숫자는 맞춰주되 각 회원국이 융통성을 발휘할 공간도 남겨둔 셈이다.

위 실장은 ‘3.5%+1.5%’ 모델을 언급하며 “(우리가)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출발 지점이 유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미 연간 국방비가 지난해 6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 확정한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국방비를 연 평균 7%씩 늘릴 경우 2028년에는 국방비 80조원 시대(GDP의 약 3%)가 열리고, 2030년대 초반엔 100조원 돌파도 예상된다.

국방 예산 증액 목표를 GDP의 최대 3%로 고정하고, 나머지 ‘1.5%+α’를 간접비 형식으로 기초과학, 교육, 관련 복지 인프라 투자 등으로 돌리는 방안도 있다. 특히 국방 원천기술 및 소재 개발과 관련된 연구 개발비를 늘리거나 범주를 확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을 노리는 정부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나토는 국방비로 GDP의 2% 미만을 지출하고 있어 이보다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이 나토와 동일한 5% 수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이를 수용하더라도, 러시아와 중동 사태 등에서 떠오른 새로운 전력 수요와 관련한 국방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윈윈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방비 증액, 정상회담 선결조건 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위 실장은 현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소개하며 “지금 통상·무역 관련 협상과 안보 문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논의들을 내실화해서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준비해나가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이 조속히 진전을 보여서, 안보 문제 논의와 시너지를 이루는 상황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과 두 개의 협상 트랙에서 서로 유연하게 접점을 찾아서 정상회의를 준비해 나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다.

이는 곧 관세와 국방예산 증액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이며, 두 사안이 서로 연계되는 형태로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국은 실무 협의에서 접점을 키운 뒤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이루는 모양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곧 실무 협의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아직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대면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조기 정상회담 성사의 선결조건처럼 내세워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우려도 있다.

루비오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7월 9~12일) 참석 직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 위 실장은 “ARF 계기에 곧 미국 인사들이 방한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 같다. 더 협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이 방한하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협상도 진행될 수 있는데, 이를 계기로 실무 협의에 속도가 붙을 지도 관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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