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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가린 우회 전략의 힘
지난 21일 미니소 강남점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의 모습. 미니소는 ‘중국판 다이소’로 불린다. 김경미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미니소 강남점은 주말 오전부터 캐릭터 상품을 구경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대학생 김은지씨는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아 뭘 사야할지 고민”이라며 웃었다. 함께 온 한승민씨는 “처음엔 디즈니 굿즈샵이라고 생각했다”며 “중국 기업인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중국 MZ세대가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小红书)와 더우인(抖音, 틱톡)에는 젠틀몬스터 상하이 매장을 방문했다는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독특한 조형물이 가득한 내부 공간, 펜디·메종 마르지엘라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 제품이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방문객들은 “멋진 공간” “볼거리가 많다”는 글과 함께 선글라스를 쓴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와 더우인(틱톡)에 올라온 젠틀몬스터 상하이 팝업 매장 사진. 젠틀몬스터는 중국 MZ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 SNS캡처]
한·중 MZ세대들의 상대국 혐오 정서가 커지면서 국적을 가린 우회 마케팅으로 현지에 안착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궈차오(國潮, 애국소비) 열풍으로 한국 제품을 외면하는 중국에서 힌국 기업들은 제품력과 브랜드 매력을 앞세워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고, 중국 기업들도 가성비 아닌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2013년 중국 광저우에서 설립된 종합 잡화점 미니소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하며 매장 70여 곳을 운영했지만 ‘다이소 짝퉁’으로 불리며 5년 만에 물러났다. 미니소가 재진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디즈니·마블·해리포터·산리오 등 글로벌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캐릭터 굿즈샵으로 탈바꿈하면서다. 현재 서울(대학로, 홍대, 강남)에 3개 매장을 출점한 미니소는 청주·대전·부산 등 전국에 7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미니소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10개 매장에서 총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랜덤 피규어’로 유명한 팝마트의 공세도 매섭다. 아트토이, 피규어,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는 팝마트는 서울 홍대, 명동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밀려드는 중국산…“한국, 제품력으로 정면승부를”
팝마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매출·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배로 뛰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에 상품을 넣어 판매한 게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라부부, 몰리 등 자체 캐릭터 상품 외에 코카콜라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은 웃돈이 붙어 중고로도 거래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미니소와 팝마트는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중국 이미지를 덮은 덕분에 혐중 감정이 강한 MZ 소비자에게도 인기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한한령(限韓令, 한류 수입 제한)과 궈차오 열풍으로 중국에서 쫓겨나듯 했던 국내 기업들도 요즘 글로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한국에 체류 중인 한 중국 기업인은 “중국에서 젠틀몬스터는 비욘세, GD, 블랙핑크 제니 등 팝스타가 쓰는 선글라스로 유명하다”며 “한국 브랜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패션 브랜드 MLB와 휠라도 중국에선 미국 또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휠라는 중국 1위 스포츠 의류기업 안타그룹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제품을 유통한 효과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 제품이라서 인기였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사례와는 정반대”라며 “요즘은 한국산 아닌 브랜드 경쟁력 자체로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조용한 공습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국내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제품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고가인데도 시장점유율 40%대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지키려면 디자인과 기술 등 제품력으로 정면승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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