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서울 한 골목 상점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재명 정부가 13조 2000억 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원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과거 경기 부양 카드로 쓰였던 소비지원금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BC카드 신금융연구소에 의뢰해 349만 곳의 카드 가맹점을 조사한 결과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은 2020년과 2021년 1·2차 코로나 지원금 지급 후 4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4%, -0.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골목상권으로 소비가 스며들지 못하고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의 일부 중소 업체에 지원금이 몰린 탓이다.
정부는 이번에 전 국민 1인당 15만~52만 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과 6000억 원의 지역화폐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조정 등을 포함한 30조 5000억 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경기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 진작 및 영세 소상공인 등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2020년 재난지원금의 26~36%만 소비로 이어져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화폐의 경우 화폐 발행 인접 지역의 소비가 줄기 때문에 소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도 나왔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소비쿠폰과 취약차주 채무 상환 경감 등은 정교한 맞춤형 정책처럼 보이지만 세밀한 정책 집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시기 소비지원금처럼 제한된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 등이 민생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치밀한 효과 분석과 세심한 집행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소상공인 빚 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회복하기 힘든 자영업자를 위한 구조조정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에 의존하는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추경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려면 구조 개혁 등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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