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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채용·야근 수당 등 인건비 증가
금요일 반차 내면 사실상 주 4일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무 시간이 단축되면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데다, 추가 채용과 연장 근무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기업보다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24시간 근무 업종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주 4.5일 근무제 등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노동 시간 단축은 디지털 전환과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 변화, 노동력 변화 등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철도 기관사 출신 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 중이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조합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밝혔다. /뉴스1

주 4.5일 근무제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정년 연장 등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 관련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주 4.5일 근무제와 관련해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데 법정 근로 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과 경제단체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건비다. 근로 시간이 줄면 기업은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채용에 나서거나 기존 인력에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중소기업이나 24시간 공장이 가동돼야 하는 업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현대차의 경우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근로 일수 단축을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다. 현대차 공장은 1조가 오전 6시 45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2조가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0시 10분까지 일하는 하루 2교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제품 수요에 따라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주 4.5일 근무제가 도입돼도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 시간이나 공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대응할 수 있다.

반면 부품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납품 일정에 맞춰 공정이 촘촘하게 운영되고, 근무 시간도 현대차보다 긴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주 4.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추가로 생산직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잔업에 나서는 직원에게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 또 대기업에 비해 자금 사정이 열악해 바뀐 근무 시간에 맞춰 공장 설비를 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24시간 공장이나 연구·개발(R&D) 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기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업종이 철강·반도체·IT·의료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는 R&D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납기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이유로 정부와 정치권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외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전체 38개 회원국 가운데 33위에 머물렀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노동생산성이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근로 일수까지 줄어들면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조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가이아3D의 신상희 대표는 지난 2023년부터 1년가량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를 운영한 후 겪었던 어려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금요일에 오전 반차를 내고 하루 전체를 쉬어버리는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1년을 놓고 보면 40주는 주 4일 근무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전사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0.5일씩 빠져버리면 빈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남아서 메꿔야 했다. 결국 책임감, 애사심이 강한 직원일수록 이 제도의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

앞서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일부 대기업은 최근 다시 부분적으로 주 5일제로 복귀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철강 업계 최초로 격주 단위로 주 4일씩 근무하는 방식의 근무제를 도입했으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안전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말 임원급에 이어 올해는 팀장급까지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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