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검, '소환통보 없이 영장' 승부수에
법원 "윤 소환 응한단 입장 밝혀" 영장 기각
특검, 곧장 출석 통보 "불응 땐 영장 재청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사 개시 일주일 만에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려던 특검의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특검은 곧장 윤 전 대통령에게 피의자 소환을 통보해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언론공지를 통해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게 기각 이유"라며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28일 오전 9시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형법상 직권남용)를 받는다.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 직원들은 도로에 버스를 가로로 주차해 길을 막거나 '인간 벽'을 만들어 영장 집행을 막았다. 특검은 이 같은 영장 집행 방해가 윤 전 대통령의 최종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후 군 지휘부에 비화폰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비화폰 통화내역 삭제 관련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법원이 이날 체포영장을 기각한 배경에는 특검이 사건을 경찰 등으로부터 이첩 받은 뒤 단 한 차례의 출석 요구도 없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전날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2회에 걸쳐 불응하고 특검 수사 개시 이후인 19일에도 출석에 불응하는 등 이후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통상 피의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 소환 통보에 3회 이상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청구된다. 특검 입장에선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수사의 연속성이 있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출석에 불응한 피의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경찰과 특검이 서로 다른 수사기관이라고 판단했다. 수사기관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자진 출석을 먼저 시도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특검 발족 후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3월 7일 구속취소 이후 110일 만에 다시 구금 위기에 놓였던 윤 전 대통령은 일단 체포를 면하게 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28일 출석을 통보했다.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을 윤 전 대통령 피의자 조사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하면서 별도의 일정 조율 없이 사흘 뒤 출석을 통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재청구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다시 체포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최동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