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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착실하게 방어’ ‘영속적 후과’ 천명
페르시아만에서 이미 물류 방해 가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지난 2011년 12월 이란이 벨라야트-90 훈련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은 군사침략에 처했다. 착실하게 우리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다.”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다음 날인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침략에 대한 대응을 받아야만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소셜미디어에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영속적인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남용해서 우리를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대통령과 외교장관의 이런 반응은 이란이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보복하겠지만, 장기간의 대응을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은 현재로써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면서 주변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동원하고, 호르무즈 해협 등 페르시아만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폭격을 받은 당일 이스라엘에 30여발 내외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얼마나 괴롭힐 수 있냐는 미사일 등의 재고와 그 능력에 달렸다. 이스라엘은 공습을 통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집중 타격해 절반 이상을 파괴했고, 이란은 미사일 재고를 대부분 소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23일에도 텔아비브를 타격했다.

가자 전쟁 이후 이란 주도 ‘저항의 축’에서 대이스라엘 투쟁을 가장 강력히 펼친 후티 반군도 중동에서 미국 등 서방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후티 반군은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에 홍해에서 미군을 상대로 공격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등 페르시아만에서 군사활동과 긴장 조성이 가장 효과적인 압박이다. 이란 의회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가안보회의에 전달했다. 이 조치에 국제유가가 4%나 뛰었다.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물류를 방해하는 사이버 공격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페르시아만에서 위성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먹통이 된 선박이 20일에서 22일 사이에 60%가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의 23%에 이르는 1600척이 영향을 받았다. 선박의 좌표가 왜곡됨으로써 물류 방해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어, 호르무즈해협이 열려 있음에도 봉쇄하는 효과를 갖는 일종의 ‘디지털 봉쇄’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대응의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란은 서방과의 충돌 때마다, 페르시아만에서 물류를 방해해 석유가를 앙등시켰다. 트럼프가 1기 때(2018년) 이란과의 핵협정인 포괄적공동이행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선체부착폭탄 등을 이용해 선박을 공격했다.

이란 파르스 뉴스는 23일 이란은 전쟁이 최대 6개월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으로서는 이런 제한적 대응을 통해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부담을 키운 뒤 외교적 조처로 전환할 수 있다. 당장 미국에 대한 직접적 보복 공격은 미국의 추가 대응과 국제 여론 악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을 할 때는 외교로 전환할 명분을 쌓는 체면치레용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라크를 방문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암살한 뒤 대응과 비슷할 수 있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등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했다. 하지만, 이라크에 미사일 발사를 미리 고지해, 미군이 피해를 예방하도록 했다. 미국도 이런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았다. 양쪽은 약속대련을 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직접적인 봉쇄는 최후의 카드로, 미국에 대한 공격은 체면치레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으로서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동에서 장기전의 수렁에 빠뜨리는 것이 최대의 보복이다. 그러나 장기전은 이란 체제를 약화하고 붕괴까지 몰아갈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중동에서 ‘장기전 수렁’의 효과를 최대한 위협하는 상황을 조성하면서, 자신들의 체면을 살리는 보복 조처를 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선택지를 조합해 이런 상황을 조성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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