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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전 거래일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1년 12월28일(3020.24) 이후 3년 6개월 만에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새 정부 출범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주주 친화적인 상법 개정안 등 호재와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롯한 중동 긴장, 관세 우려 등의 악재가 섞여 있다. 20년간 시장을 분석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만나 증시 전망을 들어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장기적으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는 건 어렵다고 본다. 결국 성장성의 문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전화 통화와 16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구조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다. 코스피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좀 더 오르면서 증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대응할 방법은 여전히 마땅한 게 없어서 여파가 오래 갈 것 같진 않다.”

- 올해 국내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내외 요인을 같이 봐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책이 바뀌다 보니 국내 요인에 집중하지만 사실 올해 비미국 증시는 다 좋았다. 멕시코와 브라질, 스페인 지수도 10~2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주식의 고평가 부담이 크고 미국 외로 자금을 분산시키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올해 가장 큰 줄기다. 그런 흐름에서 비미국 증시 중 호재가 있는 국가 중심으로 더 상승세가 세다. 한국은 대선 이후 정책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호재 그룹에 속했다. 한국 증시의 5월까지 성과는 미국 이외의 국가 중 중위권 정도라면 지금은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 두 달 만에 20% 넘게 오르며 코스피도 ‘버블’ 장세라는 견해가 있다.

“한국만의 요인에 의해서 한국만 올라가는 장세가 아니다. 그런 큰 틀에서 보면 사실 상승세가 부담스럽진 않다. 미국 이외의 나라의 수익률 중위권에서 상위권 수준으로 이제 올라왔기 때문이다. 다만 상승 흐름이 조금 죽을 수는 있다고 본다.”

코스피 종가가 전날 대비 44.10포인트(1.48%) 상승한 3021.84원으로 마무리하며 3년6개월 만에 3000선을 넘은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재정 확대로 내수를 회복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국내 증시에 효과가 있었을까.

“사실 국내 정책에 대해선 아직 보이는 게 너무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엔 이른 단계다. 예를 들어 최근엔 증권주가 흐름이 좋고 지난해엔 은행이 좋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주주환원 노력이 강화되고 내수에서 돈을 많이 버는 기업 중심으로 주주환원 효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증시에서 그 이상의 정책 효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은 어려운 얘기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의 실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환경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해서 한국의 본질 경쟁력이 회복되느냐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 추가경정예산(추경) 내수 및 증시 부양 효과는.

“추경 효과는 얼마 없다고 본다. 경제가 돈을 풀면 잠깐 살아나지만 금방 죽는다. 추경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줘야만 효과가 올라와 유지가 될 수 있고 더 부양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 지배구조 개선이 코스피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배구조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장부가치가 100인데, 100 이상 주고 사려면 당연히 내가 돈을 더 벌어들일 것이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장부가치를 다 주고 샀을 때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굉장히 크다. 중국에 치이는 산업들이 그렇고 반도체, 예컨대 삼성전자가 PBR 1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일부 기업이 경쟁력이 좋다고 해서는 절대 시장이 PBR 1배를 넘을 수 없다. 민관 협력을 통해 성장 산업을 잘 가꾸고 만들어 나갈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 배당 확대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밸류업의 방향 자체는 내수 기업의 저평가를 해소하는 데는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을 해야 되는 분야에선 논쟁의 요인이다. 성장해서 경쟁자를 따돌려야 하는데 주주환원이 강요되는 것이 좋겠냐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은 경쟁력 문제가 크다. 지배구조 개선 전에 일단 돈부터 벌어와야 한다.”

- 올해엔 어떤 업종의 약진이 두드러졌나.

“방산, 조선, 원전, 뷰티다. 방산은 여전히 비싸지 않다고 본다. 계속 수주가 생기면서 고평가 부담이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도 비슷하다. 원전은 조금 앞서가 있다는 느낌이 있다.”

- 지난해 증시 반등엔 반도체의 힘이 컸다. 올해 역시 반도체에 따라 향방이 달렸다고 보는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율을 30% 인상한 여파로 미국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중국산이 상당 부분 소비재이고 수입업자의 관세 흡수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 구매력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올라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건 글로벌 경제 성장, 그리고 한국의 수출과도 관련된 얘기다. 방산, 조선 등은 추세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많은 경기순환 업종은 경기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하는 상황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세계 각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율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차 관세 수위를 높일 것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수위를 높이지 못할 것으로 본다. 중국과 무역협상 과정을 볼 때 미국이 과연 우위에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행동들이 있다. 관세를 올려 압박하진 않고 양보를 얻어내려 할 텐데 관세를 낮출 명분이 중국으로부터 만들어질지 회의적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중국 관세가 낮춰져 경제가 문제가 없고 하반기에 금리인하 기회가 오는 것이다. 다만 낙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

- 중동 정세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가 좋아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관세와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유가가 오른다. 경제 외적인 것이다. 경제 체력과 상관없이 비용 부담이 올라가게 되면 무조건 경제는 압박 당한다. 증시에도 부정적 요소가 된다.”

-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도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에서 벗어나 자금을 분산시키려는 힘이 있고, 한국의 정책적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자금을 더 빨아들이도록 하는 힘을 유발했다. 두 요인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다고 보지만, 트럼프 관세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타격이 하반기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외국인 자금의 지속성을 제한하게 될 압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율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다.”

- 달러 약세도 국내 증시의 외인 자금 유입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달러 약세가 추세적일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달러가 지난 10년간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미국이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던 것은 주식, 채권, 직접 투자금의 형태로 외부에서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요소들이 지금 약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의 고평가 부담으로 미국 주식이 예전처럼 돈을 빨아들이기가 힘겹다. 채권도 절대적인 믿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도 있다. 달러가 강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 비미국 자산의 수요가 커질 경우 코스피에도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까.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약달러일 때는 비미국 증시의 성과가 더 좋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회는 상대적으로 더 열려 있는데, 우리가 얼마나 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봐야 한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결별하면 미국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니 미국 외 시장에서 한국과 붙어야 한다. 중국 공급과잉이 한국 기업의 마진에 영향을 주고 한국 제조업이 돈을 많이 못버는 구조가 계속되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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