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혁명수비대 고위 인사 국영TV 인터뷰
이란-이스라엘, 9일째 미사일 공습 지속
이란-이스라엘, 9일째 미사일 공습 지속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3월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의 고위급 인사가 이미 이란의 농축 핵물질을 찾아내기 힘들도록 옮겨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등 서방국가의 휴전 합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성인 모센 레자에이는 20일(현지시간) 보도된 이란 국영 TV 인터뷰에서 "모든 농축 물질은 (이스라엘의 공격 전에) 옮겨진 상태이며, 안전한 장소에 있다"면서 이란은 핵 물질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단계에서 휴전에 합의하는 것은 약해진 적이 재정비할 시간을 줄 뿐"이라며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이란에 '2주'의 협상 시한을 제시하며 민간용을 포함한 모든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란이 서방을 '딜레마'에 빠트리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ISW는 "핵 협상에서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란의 숨겨진 핵 물질을 찾기 위해 길고 어려운 추적을 해야 할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하라는 딜레마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숨긴 모든 핵 물질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만큼 완전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ISW는 "이 딜레마는 이란의 핵 계획이 파괴되지 않도록 할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라며 이란은 핵 농축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을 합의에 이끌어내거나, 이란의 핵 물질을 숨겨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핵 물질 파괴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양국은 21일에도 미사일을 주고 받으며 9일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에 접근하면서 텔아비브 등 중부 지역 곳곳에서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비슷한 시각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 등을 겨냥해 폭격을 진행했다.
전쟁은 점차 장기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강력한 적에 맞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 국민에게 앞으로 닥칠 '힘든 나날'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