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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로봇수술, 넓은 시야 확보·손떨림 보정 가능해
좁은 공간 만들어 시행하는 유방 수술에 적합
종양 위치·크기 외에 외과의사 숙련도 고려해야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로봇수술은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건가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차가운 로봇이 홀로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의 로봇수술은 일반인들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인 외과의사가 수술필드에서 떨어진 콘솔(console)에 앉은 채로 로봇팔을 섬세하게 조종해 진행된다. 집도의가 로봇 팔을 빌려 수술을 진행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유방암 환자들이 받는 로봇수술의 정식 명칭은 '로봇 보조 유방수술(Robotic-Assisted Breast Surgery)이다.



로봇수술은 최근 유방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혁신적 기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방암 로봇수술의 도입은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찾아헤매던 외과의사들의 오랜 고민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미용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유방암 환자들의 요구와 최소 침습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외과의사들의 고민이 로봇 기술과 만나 해법을 찾은 셈이다. 예를 들어 로봇 보조 유두보존 유방전절제술(Robotic-Assisted Nipple-Sparing Mastectomy)은 액와부(겨드랑이 부위)에 작은 절개만 낸 다음 로봇 팔을 이용해 유방암 및 유선조직을 제거한다. 흉터를 최소화하고 미용적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존에 주로 시행되던 절개식 유두보존 유방전절제술은 유방에 긴 흉터를 남겨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로봇을 활용하면 앞에서는 흉터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유방의 자연스러운 곡선까지 보존할 수 있다. 암을 치료하는 동시에 삶의 질까지 고려한 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환자 중심적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수술의 안전성은 어떨까. 미용적 효과를 위해 액와부 절개를 사용하는 로봇 수술은 기존 절개식 수술과 달리 절개 부위와 종양 위치가 떨어져 있어 절제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수술 과정에서 피부와 피하 지방층의 두께를 손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피부 괴사나 유두 괴사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로봇수술의 종양학적 안정성과 합병증인 피부 괴사, 유두 괴사 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로봇 유방수술이 기존의 절개식 수술과 비교해 안전성과 합병증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수술방 내 초음파 영상장비와 실시간 연동을 통해 암조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절제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그 결과 종양학적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시야가 넓고 정밀한 데다 손 떨림이 없다. 이러한 특성은 좁은 공간을 만들어 시행하는 유방 수술에 적합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중 출혈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종양의 위치, 크기, 유방의 형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로봇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더욱이 로봇수술은 경험 많은 외과의사의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현재로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경제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로봇수술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로봇은 단순히 사람의 손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수술 경로를 예측하거나 위험 부위를 실시간으로 경고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지만 AI 기반 수술이 기존 수술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유방암 치료에서 로봇수술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의 진화’라기 보다는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둔 혁신’에 가깝다. 더 나은 결과, 더 나은 회복, 그리고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위해 외과 분야의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수술실 한가운데 들어온 로봇은 더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환자의 회복 여정을 함께 걷는 '따뜻한 동반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준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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