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 윤모씨와 통일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윤씨의 행보에 대해 ‘개인 일탈’로 규정하며 교단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던 통일교가 윤씨 부부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출교’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건진법사·김건희 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향후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경향신문 취재을 종합하면, 통일교 측은 이날 서울 용산구 통일교 본부에서 윤씨와 윤씨의 부인 이모씨 등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논의했다. 사유는 ‘통일교인으로서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고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취지다. 윤씨와 이씨는 이날 징계위에 나오지 않았다. 징계위 결과 윤씨와 이씨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인 ‘출교’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측은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수사기관에 자료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공문 발송 등 징계위 절차가 끝나지 않아서 확정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씨는 2022년 4~8월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줄 선물로 샤넬 가방 2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캄보디아 ODA 청탁과 유엔 제5사무국 유치, 교육부 장관의 통일교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씨는 2023년 5월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샤넬 가방 2개 중 1개를 직접 구매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검찰은 윤씨 부부가 통일교 현안에 대한 청탁을 위해 활동을 한 만큼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지도부의 지시 등이 있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이 때문에 통일교 측에선 윤씨 부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개인 일탈’이라고 하면서 윤씨 부부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징계 대상에 오른 윤씨는 통일교 측에 반발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 16일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징계위의 절차와 내용에 대한 소명이나 재조정 없이 징계위를 열고 결정할 경우, 징계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동안 접촉하지 않았던 언론에도 입장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 수사가 6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진행 중이고 한 총재에 대한 소환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저의 어떤 행위가 하늘부모님과 천지인참부모님(한 총재)의 위상과 권위를 어떻게 실추했는지 등 정확한 설명을 바란다”고 했다.
윤씨는 이번 의혹이 통일교 지도부와 연결됐단 의혹도 제기했다. 윤씨는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모 천무원 부원장의 횡령·탈세 등의 자료를 서면진술과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나와) 동일한 절차로 징계절차를 진행하라”고 했다. 정 부원장은 한 총재가 원장으로 있는 천무원에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전씨에게 준 것에 대해 “한 총재의 결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이었던 이씨도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본 사건에 있어서 지시받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본 사건’이란 윤씨의 전씨를 통한 김 여사 청탁 의혹 등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놓고 커지는 통일교 내분 상황은 향후 김건희 특검팀의 주요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씨 부부가 밝힌 내용만 봐도 한 총재 등 통일교 교단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검찰은 한 총재를 출국금지 조치해둔 상태다.
경향신문
박채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