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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너지시설 타격에 유가·천연가스 가격 급등
벙커버스터 요청한 이스라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
이란 테헤란로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피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동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른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파괴했고 핵 과학자, 군 최고수뇌부 인사 등을 암살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서도 “마음만 먹으면 즉각 제거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핵 완전 포기’를 선언하며 투항하라는 얘기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했던 미국의 노선도 바뀌었다. 6월 12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기습공격 이후 점차 강경 노선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에 벙커버스터(지하시설 관통 폭탄) GBU-57 제공과 미국의 직접적 군사 개입을 요청해왔다.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보유한 포르도 핵 시설을 격파하기 위해서다. 미국 측은 이스라엘 전투기 급유 지원을 위한 공중급유기 30여 대를 중동 지역에 급파한 상태다.

승기는 이스라엘이 잡았지만 이란도 반격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에 대비해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6월 17일 나왔다.

현재 중동에는 4만 명 이상의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있는 미군기지는 이란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공습을 승인할 경우 중동 지역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이란, 2주 안에 핵무기 제조할 수 있다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대외적 명분은 이란이 보유한 핵무기 통제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스라엘의 입장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월 16일 화상으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전쟁의 목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 탄도미사일 생산 역량 제거, 테러의 축 제거라고 밝혔다.

이란은 공식적인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핵 문턱 국가’로 분류된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충분히 보유해 사실상 핵 역량을 가진 국가를 의미한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무기급 우라늄 농축 직전 단계인 농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408kg을 보유하고 있다.

서방 핵 전문가들은 60%의 농축 우라늄을 90% 농축의 무기급 우라늄으로 전환하는 데는 1∼2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보유한 농도 60%의 농축 우라늄 양으로 볼 때 추가 농축 시 핵폭탄 6~9개를 제조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비롯한 주요 핵시설을 격파했다./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6월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9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발견했다”며 “우리는 두 번째 홀로코스트, 핵 홀로코스트를 허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이란 핵 과학자들을 대거 제거한 것도 이란의 핵 개발을 막으려는 의도다. 핵 개발에 관여해온 모하마드 테헤란치 전 이슬람아자드대 총장(물리학자) 등 핵 과학자 및 전문가 9명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번 이스라엘 공습은 모사드의 치밀한 준비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모사드가 지금까지 암살한 이란의 핵 과학자들은 30여 명이나 된다.
이스라엘 ‘중동 질서 재편’ 나선 이유
이번 공습의 근본 배경은 이란 체제에 대한 정면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이 추진해온 ‘중동 질서 재편’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관측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제거를 넘어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세워진 신정 체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는 앞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의 목표에 체제 변경도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의 체제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란) 정권의 붕괴나 심대한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서 군 수뇌부와 핵심 의사결정권자 참수 작전도 펼쳤다. 모사드는 수개월 전 이란으로 대거 밀반입한 드론을 요인 암살에 동원했다. 이란군 수뇌부인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부 ‘투톱’과 지휘부 및 고위 장성 20여 명이 자택 등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이스라엘이 ‘중동 질서 재편’에 나서는 이유는 이란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적대 관계 때문이다.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시절도 있었다. 1925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졌던 이란의 팔라비 왕조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백색혁명’을 통해 급속한 서구화를 추진했다. 친미정책을 이어가고 이스라엘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이에 반발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빈부격차로 국민 불만이 높아진 틈을 타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주도했고 같은 해 국왕과 왕세자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 이스라엘과도 단교하고 적대적인 관계가 시작됐다.

이란은 미국으로 도피한 팔라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미국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이라크를 적극 지원하며 이란과 대치했다. 1983년 10월에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에 폭탄 테러를 가해 미군 241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1984년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뒤 이란, 북한, 이라크를 묶어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5차례 걸쳐 핵 협상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가 올해 2기 집권에 성공한 이후 협상을 재개했다. 당초 6차 협상은 6월 15일 예정돼 있었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취소되면서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게 됐다.

이번 전쟁의 또 다른 키를 쥔 건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하메네이를 향해 “무조건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벙커버스터 ‘GBU-57’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6월 13일 나탄즈의 지상(地上) 핵 시설은 파괴했지만 아직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 있는 포르도 핵 시설은 건드리지 못했다. 포르도 시설은 산악 지대 지하 암반에 있기 때문이다. 나탄즈 공습 때 사용한 미사일로는 지하 벙커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

벙커버스터는 지하 61m의 암석을 통과해 폭발하도록 제작됐으며 지금까지 전쟁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이스라엘군은 이 폭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미군이 개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 스텔스기와 벙커버스터 등 최신 무기를 지원하기에 앞서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지만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를 거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달걀 한 판 1만원, 휘발유 1700원인데…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1700원을 넘어섰다./연합뉴스

중동 정세가 얼어붙자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수입원인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고 천연가스 가격도 고공행진했다. 국내에서는 달걀 한 판이 1만원을 넘기고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뛰면 소비 위축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급등한 한국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 물가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5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했고 외식 물가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또 높아진 가계의 체감물가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결국 물가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공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확대·연장하고 유통 구조 개혁 TF를 구성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도 전에 휘발유 가격은 서울 기준 1700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18일 휘발유(보통) 리터(L)당 평균판매가격은 1637.13원으로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이 발생했던 지난 13일(1627.71원) 대비 10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평균가는 1713.94원으로 최고가는 2709원, 최저가는 1568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499.97원으로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요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아직 가격이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습 직후인 6월 13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72.49달러, 브렌트유는 74.23달러, WTI는 72.98달러로 줄줄이 70달러 선을 넘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초유의 선택을 한다면 가격 상승을 넘어 수급 자체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5분의 1가량 규모의 원유가 드나든다. 한국 역시 이 수송로로 중동산 원유 70%가량을 도입하고 있다. 천연가스도 전 세계 소비량의 2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출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를 자극한다. 이는 다시 가계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 결정으로 공급 확대 여력이 있지만 천연가스는 데이터센터 확대, 여름철 전력 사용량 증가 등으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중동산 LPG(액화석유가스)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공급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같은 기간 Mbtu(영국 열량 단위)당 3.492달러에서 3.748달러로 7.3% 올랐다.

전우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의 LPG 점유율은 25% 수준이지만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세계 물동량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비중이 높다”며 “지난해 기준 중국과 인도의 중동산 LPG 비중은 40%와 97%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산 LPG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아시아 LPG 숏티지(공급 부족)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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