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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이란 방송국. AFP=연합뉴스
" 휴대전화 하나를 설계해주실 수 있소? "
유럽에서 일하는 한 이스라엘 통신사 임원은 지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제작하자는 용건이었는데, 조건이 딸려 있었다. 암호화된 정보를 송출할 수 있고, 이 정보를 소셜미디어(SNS) 데이터로 위장할 수 있어야 하며, 저렴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 이스라엘의 한 의료 스타트업 업체는 ‘9900부대’의 연락을 받았다. 9900부대는 드론(무인기)과 인공위성으로 확보한 사진을 분석해 군사정보를 판독하는 곳이다. 일반인들은 알아채기 어려운 요소를 식별할 수 있는 천재 자폐증 병사들이 근무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9900부대는 이 회사에 “휘발유를 적재한 화물차와 미사일 연료를 싣고 가는 트럭을 구별할 수 있는 위성사진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군 지휘부, 핵 과학자, 방공망을 거의 동시에 제거한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의 성공 배경이엇던 첩보전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 “상업 위성, 휴대전화 해킹, 현지에서 모집한 비밀 요원, 드론을 조립하는 비밀 창고, 일상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무기 등 모든 자산을 활용해 수년간에 걸친 진행된 작전”이라고 했다.

한 전직 이스라엘 당국자는 “수백만 달러와 수년간의 노력을 들였다”며 “첩보와 공개정보, 자금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투입해서 얻은 결과”라고 FT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의 도심부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정보기관은 이란의 화력이 집중된 곳과 핵프로그램 등을 파악해 지난 3월 ‘목표물 은행’을 구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제거할 때도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하루에 한 번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수준의 추적 시스템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발칵 뒤집혔다. ”지붕 위에 마이크로 드론이 있는지 확인하라”(전 혁명수비대 간부), “이란 반정부 세력들이 돈을 받고 이스라엘의 드론을 밀반입했다”(이란 경찰청장), “휴대전화가 암살에도 활용되고 있다”(이란 언론) 등의 경고를 계속 내보냈다고 한다.

일부 강경파 정치인은 “군 간부, 고위 당국자, 핵 과학자, 그리고 이들의 가족도 모든 휴대전화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FT는 이스라엘의 작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금 시점에 그런 조치들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암호화된 정보 송출이 가능한 휴대전화 설계를 요구 받은 이스라엘 통신사 임원은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이란에서 사용됐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일이 가끔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란은 내부 간첩 색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공적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 방첩 당국은 수도 테헤란에서 활동한 이스라엘 간첩 2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간첩 혐의로 잡힌 이스라엘인은 없다. 이란 내부에서 현지인들이 광범위하게 이스라엘 협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간첩을 색출한다며 “마스크·고글을 쓴 낯선 사람, 픽업트럭을 몰며 큰 가방을 지닌 사람, 택배를 자주 받는 사람, 낮에도 커튼이 쳐진 집(을 주시하라)”고 주문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총리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가디 이샤야후 케임브리지 중동·북아프리카 포럼 선임연구원은 “한쪽이 이렇게 철저하게 상대의 계획과 지휘부 동향을 파악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며 “에디슨의 말처럼, 이번 작전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의 결정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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