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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소녀 타라 하지미리는 포크댄스와 체조를 좋아했다.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치과에서도 춤을 출 정도였다. 소셜미디어에선 소녀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사뿐이 춤을 추며 진료실에 들어가는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소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의 아파트 단지를 공습할 때 주민 60명과 함께 사망했다.

춤을 추며 치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가는 이란 8세 소녀 타라 하지미리. 엑스 영상 캡처


24세 시인인 파르시아 아바시의 가족은 약 6개월 전 ‘방 3칸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아바시의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각 방을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오랫동안 알뜰살뜰 모아온 끝에 테헤란에 있는 고층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그들의 평생 꿈이었던 아파트는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맞아 붕괴됐고, 아바시는 부모님과 함께 그 아래 깔려 숨졌다.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붕괴된 이란 테헤란으 오르키데 아파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18일 뉴욕타임스(NYT)는 하지미리와 아바시 가족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전쟁이 시작된 후 갑작스럽게 삶이 끝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일마다 새로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최소 224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90%는 민간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15일 이후 사상자 수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이란의 유명 언론인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질라 바니야구브는 “이스라엘의 (군 수뇌부) 표적 암살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훨씬 더 많은데도, 다들 군사적 목표에만 관심을 쏟을 뿐 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현재 이란 전역의 묘지에서는 매일 엄숙한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으며, 그 순간에도 장례식 배경처럼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식량 배급소에서 총격을 당한 주민이 나세르 병원으로 옮겨지자 친인척들이 울부짖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란에서 빚어지는 참극으로 잊힌 곳이 있다.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민간인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미국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식량 배급소로 몰려든 굶주린 주민들에게 이스라엘 군이 총격을 가해 최소 7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전날에는 남부도시 라파와 중부의 GHF 배급소 등에서 총격이 발생해 최소 38명이 숨졌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구호물자 배급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며 설립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식량 배급소 운영을 시작한 이래 거의 매일 인근에서 총격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마스 측은 GHF가 운영을 시작한 3주 동안 배급소 인근에서 최소 300명이 숨지고 260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의심스러운 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고 사격을 포함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희생자는 모두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동안에도 계속 총격을 가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알자지라는 나세르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사람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형제와 조카를 찾고 있던 사마헤르 메크다드는 “우리는 이제 밀가루도, 음식도 필요 없다”며 “그들은 왜 우리에게 총을 쐈을까? 우리는 인간이 아니니까”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이란 미사일에 피격당한 이스라엘 남부 소로카 병원. AP연합뉴스


전쟁은 피의 피를 부른다. 이스라엘의 민간인들 역시 이 참혹한 전쟁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 등은 19일 오전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소로카 병원이 이란의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소로카 병원은 1000개 넘는 병상을 보유한 대형 의료 시설로 이스라엘 남부 주민 100만여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BBC는 미사일 공격으로 여러 병동이 완전히 파괴됐고 천정이 무너져 내리면서 27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백혈병 치료를 받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출신 7세 소녀도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은 지난 15일 이란이 바트얌 아파트 단지를 공습하면서 발생한 희생자 명단에 7세 나스티아 보릭과 그의 할머니 레나 페슈쿠로바(60), 보릭의 사촌 콘스탄틴 토트비치(9)와 일리야 페슈쿠로프(13) 등 일가족 네 명 이름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백혈병 치료를 받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가 이란 공습에 사망한 나스티아 보릭(7). 이스라엘 정부 엑스 갈무리


보릭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살다가 2022년 12월 백혈병 치료를 받기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전쟁을 피해 이스라엘로 온 보릭은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의 희생양이 됐다.

백혈병 치료하러 이스라엘 온 우크라 7세 소녀, 이란 공습에 사망백혈병 치료를 받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출신 7세 소녀가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가 공개한 바트얌 아파트 공습 희생자 명단에 7세 나스티아 보릭과 그의 할머니 레나 페슈쿠로바(60), 보릭의 사촌 콘스탄틴 토트비치(9)와 일리야 페슈쿠로프(13) 등 일...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91357011

바트얌 아파트 단지 희생자 명단에는 90세의 벨라 아슈케나지도 포함됐다. 공습 사이렌이 울렸지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데다 거동이 불편한 벨라와 보행기를 타야 하는 그의 남편은 공동 대피소로 이동할 수 없었다. 부모님을 놓고 혼자 도망갈 수 없었던 아들이 옆을 지켰지만 결국 벨라는 살아남지 못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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