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서울 집값···한강벨트 타고 20주 연속 랠리
토허제 규제에도 강남권 치솟자
서울 전역으로 막차 수요 몰려
성동 0.76% 뛰어 12년來 최고
마포는 통계 이래 최대폭 상승
"실수요 위주···추가 매수는 제한적"
서울 강남·송파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경제]
강남 3구 아파트 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매수세가 한강 변까지 확산하고 있다. 3월 24일 구(區)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유의 규제 카드를 꺼냈는데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 값이 솟구치면서 불안한 수요자들이 ‘한강벨트’로 몰리며 불길이 옮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월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한 ‘막차 수요’까지 몰리면서 급등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발표한 6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 3구에 강동구를 더한 서울 동남권의 매매가격은 일주일 만에 0.70% 올랐다. 2018년 1월 넷째 주(0.79%)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75%, 0.65% 상승하며 3월 셋째 주(강남 0.83%, 서초 0.69%) 이후 13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주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일대 토허구역을 풀었던 서울시가 34일 만에 해제를 번복한 뒤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해지면서 강남 아파트 값이 치솟고 있다.
강남 아파트 급등세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 변 선호 지역으로 급격히 번져나가고 있다. 성동구는 이번 주 0.76% 올라 2013년 4월 다섯째 주 이후 약 12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마포구는 0.66% 오르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용산구(0.61%)가 2018년 2월 셋째 주 이후 7년 4개월만, 강동구(0.69%)는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 금호·하왕십리동, 마포구 아현·염리동, 용산구 이촌·이태원동, 광진구 광장·자양동 등에서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는 전용면적 84㎡가 5일 21억 원에 매매되며 직전 최고가 대비 1억 2000만 원 올랐다. 한강 공원에 붙어 있는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69㎡는 직전 거래 대비 2억 원 오른 34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광진구에 위치한 ‘광장동 현대파크빌’은 10일 전용 84㎡가 일주일 만에 1억 5000만 원 올라 19억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자양동 자양9차현대홈타운’ 전용 82㎡도 신고가(15억 1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자양동 A중개업소 대표는 “광장동은 학군이 좋아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의 꾸준한 수요가 있고 자양동은 곳곳이 정비사업구역에 포함되면서 투자 수요가 유입되며 매매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작구는 흑석동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서반포’로 불리며 매매가가 상승세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72㎡는 9일 3개월 만에 직전 최고가보다 4억 원 높은 25억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노량진뉴타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인근 상도동 단지들도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전용 84㎡는 이달 4일 18억 3000만 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흑석동 B중개업소 대표는 “반포 집값이 오르면서 동작구로도 온기가 퍼진 상황”이라며 “노량진뉴타운 대규모 개발에 흑석뉴타운이 마무리돼가면서 이 일대가 신도시급 신축 대단지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세가 몰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옥죄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매수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강벨트뿐만 아니라 재건축 기대감이 큰 경기 남부 지역은 물론이고 잠잠했던 서울 외곽까지 들썩이는 상황이다.
경기에서는 과천시가 0.35%에서 0.48%로, 성남시는 0.32%에서 0.44%로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동북·서북권에서는 △노원구(0.07→0.12%) △성북구(0.13→0.16%) △은평구(0.09→0.14%) △서대문구(0.15→0.16%)에서 0.1%대 상승 폭을 보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3단계 스트레스 DSR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것”이라며 “이왕이면 한강과 인접하고 재개발 기대감이 큰 성동·마포 등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급등 상황을 두고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차 수요’가 잠잠해지면 거래량이 줄고 계속적인 매수세 확산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집값 상승은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가 주축인 상황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서울 외곽까지 상승세가 확대되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경제
김창영 기자([email protected]),백주연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