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사전투표소 기표된 투표용지 사건
선관위 수사 의뢰, 경찰 "선거사무원 실수"
21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지난 3일 한 개표소에서 사전투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대통령선거 때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에게 나눠준 회송용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선거사무원의 실수로 확인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가 자작극을 벌인 것 같다"며 책임을 떠넘겼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18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21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7시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일어났다. 20대 여성 유권자는 관외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선관위에서) 나눠준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며 112에 신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26분쯤 공지를 통해 "해당 선거인이 타인으로부터 이미 기표된 투표지를 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은 것 같다.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와 사건 당일 A씨보다 먼저 투표한 또 다른 관외 투표자 B씨, 선거사무원, 참관인, 선관위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선거사무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에 앞서 투표한 B씨는 기표를 마친 뒤 자신이 회송용 봉투 2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 1매와 회송용 봉투 1개를 나눠줘야 했는데, 실수로 회송용 봉투 2개를 교부한 것이다.
B씨가 받은 회송용 봉투 2개는 주소 라벨이 부착된 것 1개와 주소 라벨이 없는 것 1개였다. 그런데 B씨 역시 착각해 주소 라벨이 없는 봉투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사무원에게 돌려줬다. 결국 관외 투표자용인 주소 라벨이 붙은 봉투는 안이 텅 빈 상태로 투표함에 들어갔다.
이후 선거사무원은 B씨가 반환한 회송용 봉투를 가지고 있다가 다음 차례인 A씨에게 건넸고, A씨가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이 투표하는 사이 관외 투표를 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데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파악한 당일 동선을 종합할 때 A씨와 B씨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선관위가 주장한 '자작극'은 실체가 없어졌다.
한국일보
이종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