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저고리·황색 치마 한복 눈길 끌어
전문가들 "포용과 안정, 희망 의미 담아"
김건희, 드레스·강렬한 의상 주로 입어
김정숙, 어머니 옷감으로 만든 한복 착용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6일 캐나다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캘거리=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첫 외교 데뷔전에서 한복으로 한국을 알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는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주수상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서 이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연노란색 치마와 녹색 저고리의 한복을 입었다. 만찬의 드레스코드는 전통 의상 혹은 서양식 정장이었다. 정장을 입은 대다수의 인사 중 한복을 입은 김 여사는 단연 돋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한복에 많은 분들이 주목했다"며 "대통령 내외 주변으로 사진을 찍기 위한 접근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여사의 한복의 색이 12·3 불법계엄 이후 한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녹의황상(녹색 저고리에 황색 치마)' 복식이 균형 있고 품격 있는 아름다움을 의도한 것이며 보라색 깃이 들어간 녹색 저고리는 국화인 무궁화를 상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치마의 노랑은 포용력과 개혁을, 저고리의 초록은 안정을 상징한다"며 "(계엄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한복을 통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열린 캐나다 서부 동포사회와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캘거리=왕태석 선임기자
김 여사는 이튿날 이어진 캐나다 교민과의 만남 행사에서는 하늘색 원피스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전날 성남 서울공항에서도 하늘색 투피스를 입었다. 목걸이나 가방 등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았다. 김 여사가 밝고 깨끗한 색상의 패션을 통해 한국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색 드레스 입은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28일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인교포 식료품점을 방문하고 있다. 마드리드=서재훈 기자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상을 선호하는 김 여사의 패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대조된다. 김건희 여사는 외교 데뷔전이었던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3박5일 일정 동안 다양하고 화려한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김건희 여사는 당시 흰색 드레스, 하운드체크 무늬 투피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상의와 파란색 스커트 등을 착용했다. 검은색 정장 상의에 짙은 청록색 치마를 매치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화려하고 다양한 정장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면서 패션 외교를 선보였다"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패션으로 회자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외교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마드리드=연합뉴스
김정숙 여사, 어머니 옷감으로 만든 한복 입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6월 29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양국 정상 간 상견례 및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고영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6월 미국 백악관 환영 만찬에 참석해 첫 외교 무대에 섰다. 당시 김정숙 여사는 흰색 저고리에 쪽빛 치마, 비취색 장옷으로 구성된 한복을 입었다. 이 한복은 김정숙 여사가 1981년 문 전 대통령과 결혼할 당시 친정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옷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숙 여사의 모친은 서울 광장시장에서 수십년 간 포목점을 운영했다.
김정숙 여사는 당시 만찬 후 "한복이 일상 속에서도 더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며 한복 산업의 활성화를 이야기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숙 여사의 전체 의상 콘셉트는 ‘전통, 패션을 만나다’”라며 “신뢰와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중심으로 절제되고 내실 있는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일보
정혜원 인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