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뉴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의 주요 관광지에서 지난 15일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에 반발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시위대에게 물총을 맞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리스본, 바르셀로나, 베네치아를 비롯한 유럽 여러 도시에서 관광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에도 유사한 시위가 있었으며, 이는 남유럽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관광 산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약 600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관광객은 집에 돌아가라", "관광객이 한 명 늘면 이웃이 한 명 줄어든다", "관광은 우리의 빵, 집, 미래를 훔쳐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심을 행진했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만난 관광객들과 상점 유리창을 향해 물총을 쏘았고, 호텔 앞에서는 직원들과 충돌하며 연막탄을 터뜨렸다. 이날 루이뷔통 매장 앞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들도 물총을 맞았으며 “우리를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시위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이 시위를 주도한 ‘수드 드 유럽(Sud d’Europa contra la Turistització)’은 “관광 단일 문화가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며, 관광 산업 축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관광객 수요 증가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고,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시장이 임대 수익을 자극하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가 도시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관광 산업이 만든 저임금, 불안정 고용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주택 비영리 단체 PAH 바르셀로나는 X(구 트위터)를 통해 “관광은 도시를 주민이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바르셀로나의 지난해 관광객 수는 약 2,600만 명으로, 인구(약 160만 명)의 16배에 달한다.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지난 10년간 임대료가 68% 올랐다”고 밝히며, 오는 2028년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임대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잉 관광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베네치아는 성수기에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리스 아테네는 고대 유적지인 아크로폴리스에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산토리니, 벨기에 브뤼허 등도 관광세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김민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