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5차 회의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 논의
위원장 “다음 회의 때 勞使 최초 제시안 제출” 요청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노사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경영계는 “취약 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차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주제를 논의했다.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이 '최저임금 차등반대' 머리띠를 착용하고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적용된 것은 이 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1988년이 유일하고, 그 이후부터는 ‘단일’ 최저임금제가 유지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그간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분을 업종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근로자 한명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실제 인건비는 법정 최저임금의 140%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인건비 부담에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 비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음식점업 등 업종에서는 30%가 넘는다”며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든 일부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92.1%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차등 적용에 따라 구인난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큰데, 일부 업종은 오히려 높은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폐업과 근로자 감축 여부가 구인난보다 더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반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등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와 쏠림 현상으로 인력난을 가중할 것이며, 업종·산업별 공동화, 취업 기피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민생 회복 활성화에 발맞춰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해외의 업종별 차등 적용 사례를 봐도,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상향식 적용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더 높은 지급 능력을 갖춘 업종에서 상향 적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지 못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1만30원)보다 14.7% 높은 1만1500원이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는 최초제시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6차 전원회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조선비즈
세종=박소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