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건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쪽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쟁점 정리 및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의원만 출석했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은 대향범(상대편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울산지법이나 전주지법 한 쪽으로 이송해도 신청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법원 서증 지원, 언론 접근성 등에 비춰 신속·공정한 재판 측면에서 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재판부에 각각의 거주지 관할 법원인 울산지법과 전주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해 달라고 신청했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지난 11일 “검찰은 서울이 범죄지라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사건을 기소했지만, 사건 수사는 전주지검에서 진행됐고 이는 범죄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서울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올해 72세인 문 전 대통령이 경호 인력과 함께 하루 8시간∼10시간가량 재판을 받으러 움직여야 하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이송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날 이송 신청 기각 이후 문 전 대통령 쪽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 전 의원도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로, 피고인의 유무죄와 형량 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문 전 대통령 변호인은 “이상직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기록 열람 및 등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해 찬찬히 살펴보고, 과연 꼭 필요한 증인 수가 몇 명인지를 토대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정식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9월9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전주지검은 지난 4월24일 문 전 대통령이 딸 문다혜씨, 사위였던 서아무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외국 법인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며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한겨레
장현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