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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묘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중단됐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자제시키고,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각) “이란과 외교는 타격을 입었지만, 죽은 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란의 확대되는 핵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은 대화 재개를 원하는 상황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모든 합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핵을 개발할 권리’를 빼앗는 합의를 할 생각은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 사용, 즉 전력 생산을 위해 직접 우라늄을 저농도로 농축할 권리는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란 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공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외교를 훼손하고, 협상을 탈선시키려는 시도다. 이스라엘 정권은 핵과 관련된 어떤 협상도 이뤄지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협정이 이란에 핵무기 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는 핵협정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이란 내 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방해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자원 부국인 이란이 경제 제재라는 빗장이 풀린 뒤, 지역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것 또한 이스라엘은 두려워하는 점이다. 이에 미국까지 이번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단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선 이후인 지난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오만 무스카트, 이탈리아 로마 등에서 5차례에 걸쳐 고위급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 충돌로, 지난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제6차 미-이란 핵 협상은 취소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8년 이란이 서방 국가들과 2015년 체결한 핵 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이란은 핵 개발을 계속해 현재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태에 이르렀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지 않은 것은 이란이 핵 협상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이 수세에 몰리면, 트럼프의 최근 요구인 ‘모든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벼랑 끝에 상대방을 몰아넣고 항복을 받아내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란이 ‘모든 우라늄 농축 중단’이란 굴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 국내 반발 때문에도 어렵다고 본다. 이란 내부서도 핵협정이란 외교적 해결책을 원하는 쪽과 이스라엘 응징과 핵무기 개발이란 군사적 해결책을 원하는 쪽 간의 노선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 핵 협상 타결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미국이 곧 이스라엘을 자제시킬 것이란 예측도 존재한다. 이란이 더 궁지에 몰리면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을 중단하거나 핵무기 개발에 나서, 미국도 협상을 중단하고 강제적인 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맬리 전 이란 특사(바이든 정부)는 “늦지 않은 어떤 시점에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자제시킬 것”이라며 “트럼프는 여전히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을 피하고 협상을 타결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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