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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34년 만의 열병식, 수 만명 운집
에이브럼스 탱크·블랙호크 등 최신장비 총출동
'마가' 모자 쓴 지지들, 트럼프 79번째 생일 축하
"미국의 자부심이 다시 돌아온 날"
일부 反트럼프 시위도···64% "세금으로 행사 개최 반대"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탱크가 지나가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서울경제]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린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는 하루 종일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가 30도까지 오르고 본행사가 열리는 오후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까지 예보돼 있었지만 오전에는 '로봇 개' 등 미 육군의 첨단 무기를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오후에는 열병식 본행사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과거 군복을 입은 미 육군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은 미 육군의 250년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시대별로 사용한 군복과 무기를 착용한 군인들이 행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운 독립전쟁부터 시작해 북부와 남부가 노예제를 놓고 충돌한 남북 전쟁, 서부 개척 시대, 세계 1, 2차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쟁, 테러와의 전쟁 등을 거쳐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최신 군사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2차 대전에서 활약한 셔먼 탱크에 이어 현재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이 위용을 뽐냈다. 특히 하늘에서는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수송기에서 미군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도 선을 보였다. 수 킬로미터(Km)에 달하는 바리케이드를 빈 틈 없이 가득 메운 군중들은 탱크와 헬기 등에 손을 흔들며 '미군의 헌신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 대통령과 내각 인사 등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육군은 이 지구를 누빈 가장 위대하고 맹렬하며 용감한 전력"이라며 "미국의 적들은 '만약 너희가 미국민을 위협하면 우리(미국)의 군인들이 너희들을 쫓을 것이고, 너희들의 패바는 확실하고 끝내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완전히 몰락할 것'임을 되풀이해서 학습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것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34년만 이다.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등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바스티유 데이 열병식을 본 후 2018년 비슷한 열병식을 추진했지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우려가 커져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집권 2기 첫 해에 행사를 단행했다.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마가(MAGA)’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앉아 있다. 이태규 특파원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모인 수 만명의 군중 중 빨간 색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사람들이 상당수였고,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자체적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른 중년 남성 돈(Don)씨는 "미국 정부 부문에는 부패가 만연해 있고 중국도 미국에 공산주의를 주입하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오늘 행사는 '미국이 다시 돌아왔으며(America is back), 미국의 자부심이 다시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스티븐씨는 "트렌스젠더들의 축제가 우리 아이이 있는 학교 교실에서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많은 것에 동의해 그의 연설을 직접 듣기 위해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반면 순수하게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톰 씨는 "세계 2차대전을 비롯해 미군이 경험한 전쟁을 되돌려 보면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전문적인 군대"라며 "그런 그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려고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 미군과 퇴역 군인들을 기리는 오늘 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NO KINGS'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한편 이날 행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했다. 미 육군은 이번 행사에 따른 비용이 최대 4500만달러(약 615억 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 NBC뉴스 등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4%가 퍼레이드를 정부 자금으로 개최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사 이전부터 "열병식 행사를 방해하는 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이날 전국적인 '노 킹스(No Kings)' 시위를 조직한 주최 측도 워싱턴에서는 집회를 열지 않아 워싱턴에서의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하지만 몇몇 시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반트럼프 팻말을 들고 있던 에이미씨는 "연방정부에서 일하다 정부효율부(DOGE)의 정부효율화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정부 예산 낭비를 막겠다면서 4500만달러짜리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 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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