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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원 “진보성 없다” 판단
국내 유제품업계 A2시장 진출 청신호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우유 A2+우유 5종.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가 A2우유 관련 핵심 특허의 무효심판에서 승소하며 프리미엄 우유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허심판원은 해당 기술이 이미 2013년 공개된 내용과 동일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심판원 제7부는 지난 2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제기한 ‘락토스 불내증 증상 감소·예방용 베타카세인 A2 조성물’ 특허(제2367941호) 무효심판에서 “특허를 무효로 한다”고 심결했다. A2우유는 젖소의 베타카세인 단백질 중 A2 변이형만을 함유한 제품이다.

일반 우유에는 A1과 A2 단백질이 모두 들어 있는데 A1 단백질이 소화 과정에서 생성하는 BCM-7(베타카소모르핀-7)이라는 물질이 복부팽창, 설사 등 락토스 불내증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반면 베타카세인 A2는 구조적 차이로 인해 BCM-7을 생성하지 않아 이러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A2우유의 핵심 원리다.

분쟁의 씨앗 선제적 제거


서울우유가 지난해 7월 무효심판을 제기한 배경에는 뉴질랜드 디에이2밀크컴퍼니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가 A2+ 상표를 출원·등록하려 하자 디에이2 측이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했고 서울우유는 상표등록 이의신청을 기각시키며 1차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디에이2 측의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보며 후속 특허침해 분쟁 가능성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대한민국 1등 우유업체로서 총대를 메고 선제적으로 무효심판을 제기한 것”이라며 “애초부터 국내 업체들에 대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선등록 특허를 무효 처리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성 부족’이 핵심 근거


특허심판원이 특허 무효를 결정한 핵심 근거는 진보성 부족이다. 심판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은 비교 대상 발명들로부터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있고 효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무효 판단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2013년 6월 호주 A2 코퍼레이션이 국제 유제품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는 “베타카세인 A2만 포함한 a2™ 브랜드 우유가 소화가 편안하고 음식 과민증 관련 증상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이 이미 담겨 있었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특허를 두 가지 핵심 구성으로 나누어 선행기술과 비교 분석했다. 첫 번째 구성인 유효성분 부분에서 특허는 “조성물이 베타카세인을 함유하고 상기 베타카세인이 적어도 75중량%의 베타카세인 A2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2013년 선행기술에는 “a2™ 브랜드 우유는 베타카세인 A2만을 포함한다”고 기재돼 있어 구성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구성인 대상 및 효과 부분에서는 더욱 세밀한 분석이 이뤄졌다. 특허는 “락토스 불내증이 아니나 락토스 불내증의 증상을 겪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심판원은 “비교 대상 발명에 유제품에 민감하거나 불내증을 가진 소비자가 유제품 섭취에 따른 소화장애를 갖는 것인데 락토스 불내증이라고 잘못 여겨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선행기술에 기재된 소비자가 특허의 대상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증상 기재의 기술상식성


특허에서 제시한 락토스 불내증 증상들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특허는 “복부 팽창 및 경련, 고창, 설사, 구역, 소리 나는 위, 구토 중 하나 이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복통, 헛배부름, 경련 및 설사, 가스 발생 등은 해당 기술 분야에서 잘 알려진 소화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일 뿐만 아니라 비교대상발명 2에도 락토스 불내증에 따른 소화장애 증상으로 이미 기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심판원은 또한 특허성분의 효과가 예측 가능하다고 봤다. “비교대상발명 1에도 베타카세인 A1이 BCM-7을 방출해 장 통과 지연, 대장 면역세포의 염증 활성 증가, 히스타민 방출 유발, 호흡기능 저하, 신경학적 증상 악화 등을 일으키지만 A2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 이미 공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 특허발명에서 베타카세인 A1 식이나 BCM-7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세포, DNA, mRNA 등 분자 수준에서의 효과는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 대상 발명에서 베타카세인 A1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는 기전을 다양한 면에서 확인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허심판원은 제2항부터 제6항, 제8항까지의 종속항들도 모두 무효 처리했다. 베타카세인 A2 함량을 90%, 100%로 한정하거나 유제품 종류를 구체화한 것도 선행기술에 이미 기재돼 있어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뉴질랜드 디에이2밀크컴퍼니 무대응 패소


청구인인 서울우유 측은 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체계적인 무효 논리를 전개했다. 허종 지평 변리사(변호사)는 “특허발명의 구성이 비교 대상 발명에 이미 개시돼 있거나 쉽게 도출 가능하다”며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뉴질랜드 디에이2밀크컴퍼니는 심결이 이뤄질 때까지 청구인 주장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특허 방어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며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적 가치를 낮게 평가했거나 방어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허 무효로 국내 유제품 업체들의 A2우유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A2우유는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8%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일반 우유보다 비싼 가격에도 소화 편의성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돋보기]

진보성 인정돼 특허 유지된 ‘스테비아 토마토’


A2우유 특허가 진보성 부족으로 무효 처리된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특허심판원에서는 진보성을 인정받아 특허가 유지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비아 토마토 특허다.

특허심판원 제62부는 2024년 11월 농업회사법인 우듬지팜의 ‘스테비오사이드를 압력으로 주입 후 초음파 처리해 단맛을 강화한 토마토 제조방법’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진보성 부정을 이유로 제기된 무효심판이었지만 특허의 기술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이 특허의 핵심은 토마토에 스테비오사이드를 주입할 때 발생하는 역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종래 기술은 압력만 이용해 당도 향상 물질을 주입했는데, 압력 변화에 따라 침투된 물질이 밖으로 역류하는 문제가 있었다.

우듬지팜은 여기에 초음파 처리 단계를 추가해 역류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단순히 초음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강도 조절이 핵심이었다는 점이 기술적 의의로 인정받았다. 특허심판원은 특히 수치 한정의 임계적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이 특허는 토마토에 진공 및 가압 과정을 4~10회 반복하는데, 실험 결과 4회부터 급격히 내부 농도가 높아지고 10회부터는 안정화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청구인 측은 선행기술에도 고전압펄스 전기장으로 역류를 방지하는 기술이 개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비교 대상 발명은 당도 상승 물질을 침투시키는 것만 개시돼 있을 뿐 물질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개시돼 있지 않다”며 차별성을 인정했다. 특히 “단순히 초음파로 처리한 것에 기술적 의의가 있다고는 볼 수 없고, 그 강도가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비교 대상 발명들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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