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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강윤중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릴 것을 공언해왔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으로 기후 위기 대응과 함께 경제도약을 위한 동력을 얻겠다는 구상입니다. 시장의 기대는 큽니다. 태양광·에너지솔루션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일부 기업은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가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 명확히 밝힌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이재명 후보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비영리단체 에너지전환포럼과 체결한 정책협약의 내용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협약의 첫 번째 항목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후 위기 대응을 통한 새로운 성장 전략 마련, 유연한 전력망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20% 초반으로 낮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다시 높인 겁니다.

‘다시 재생에너지’에도 남는 의문들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와 관련 사업에 의문을 나타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윤 정부 때는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에서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 예산은 2022년 1조2657억원, 2023년 1조490억원, 2024년 6054억원, 2025년 5717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업에 불리한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2022년 9월 전 정권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대출·회계가 부실하다며 태양광 프로젝트파이낸싱(PF·프로젝트 완료 뒤 사업적 가치 평가해 대출 승인하는 방식) 대출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계통한계가격(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구매하는 전기 도매가에 상한을 두는 이 제도는 한전의 적자를 막겠다며 도입됐지만, 막 시작해 가격이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에 불리한 제도이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인허가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도 의문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은 지난해 울산 앞바다에서 진행하던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무바람’의 보유 지분(80%)을 스웨덴 기업 헥시콘AB에 넘겼습니다. 2021년 투자 당시 “해상 풍력 에너지가 전 세계 넷제로 에너지 체계의 핵심”이라고 했지만, 3년 뒤 발을 뺀 셈입니다.

셀은 한국 풍력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로 해상 풍력의 공급망 비용 증가 등 ‘낮은 수익성’을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 환경영향평가, 해양교통조사 등 인허가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인허가 기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최소한 2~3년이고 5년 이상 걸린 사업들도 많다”며 “거기에 정권에 따라 (재생에너지 기조가) 흔들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다시 재생에너지’…신뢰는 어떻게 얻나

한 재생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정권 교체에도 정책의 방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사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 등 국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의 문제는 장기 목표 등 변화폭이 크고 급격하다는 점입니다. 송용현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최고기술책임자는 “EU(유럽연합)에서 나오는 재생에너지 관련 제도들은 2050~2060년 등 장기적으로 목표를 설정한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세부 경로가 조금 조정될 뿐 장기적 목표는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장기적인 목적지를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용인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와 실행방안은 15년짜리 계획(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제시됩니다. 장기적 목표로는 짧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는 깁니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간이 짧아지면 줄어든다”며 “20~30년 정도 되는 아주 장기적인 방향으로 얼개를 짜면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짧게 잡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영국에서는 해상 풍력 등 신산업이 경제 정책의 핵심이 됐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지원하듯 영국에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핵심 산업이라는 것이지요. 김 교수는 “유럽의 경우는 재생에너지 초기에 되게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몰아줬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는 명시적 신호가 일관되게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아직 한국은 재생에너지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는 단계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시장을 제대로 형성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위원은 “해외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투자하면 현지화율을 정해 국내 기업을 키우고, 공공 재생에너지도 민간기업이 참여해 재생에너지 분야의 역량을 높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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