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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지역별 ‘홍수 위험지도’ 만든 감종훈 포스텍 교수

지난 11일 포스텍에서 만난 감종훈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이 홍수 위험도를 판단하는 과정을 수치화하고, 반복 가능하며 비교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포항=홍아름 기자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민생 행보로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았다.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된 장마에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수해 대비 태세를 점검한 것이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챙겼을 정도로 홍수와 수해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 형태도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지역별 홍수 위험을 판단해 왔지만,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감종훈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이 국지적 피해가 큰 홍수를 사전 예측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감 교수 연구진은 2002~2021년 전국 236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189건의 홍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지역별 피해 위험을 예측하고 시각화한 ‘홍수 위험지도’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지난 11일 포스텍에서 만난 감 교수는 “기존에는 전문가들을 모아 설문을 하고 회의해서 위험도를 결정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었다”며 “AI는 이 과정을 수치화하고, 반복 가능하며 비교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AI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포장면적, 하천 비율, 인구 밀집도, 과거 피해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정량적으로 위험도를 산출했다. AI 분석 결과, 서울이나 인천 같은 대도시가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감 교수는 “그렇다고 ‘도시가 더 위험하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는 지역별 편차가 적어 위험 신호가 명확히 드러났을 뿐”이라며 “농촌은 지역마다 피해 편차가 커서 위험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연구진은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도시는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와 시설이 많기 때문에 ‘노출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고, 농촌은 재해를 막는 준비 수준, 즉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모델이 그린 폭우로 인한 침수 위험도 지도./포스텍

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단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거시적 분석”이라며 “지자체는 훨씬 세분화된 지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책과 연결 지으려면 더 정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 교수는 AI가 만능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에서도 사용한 AI 모델에 따라 중요하게 판단하는 요소가 다르게 나타났다. 감 교수는 “AI는 정책 판단의 초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해석과 판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AI 기반의 실시간 홍수 위험 모니터링 웹사이트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시민의 반응을 소셜미디어(SNS)나 앱(app·응용프로그램)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불만이나 요구를 파악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감 교수는 재난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AI가 발전하려면 연구 인프라가 필수라고 말했다. 감 교수는 “포스텍은 자체 서버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어서 가능하지만, 지방 대학이나 중소 연구기관은 대부분 연구 시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장비와 인프라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텍은 현재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학교 차원의 클러스터 센터를 운영 중이다. 항온항습, 비상 전력 시스템을 갖춘 공간에 연구실별로 서버를 설치해 사용하는 구조로, 현재 세 개의 클러스터가 가동 중이며 네 번째 클러스터도 준비하고 있다.

감 교수는 “홍수는 자주 발생하는 재난은 아니지만, 발생할 때마다 피해가 크다”며 “AI는 이런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가 AI의 환경 분야 응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2025), DOI: https://doi.org/10.1016/j.jenvman.2025.125640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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