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수사 결과에 강한 반발
"경찰이 속았다? 어리석은 자들"
"경찰이 속았다? 어리석은 자들"
백해룡 경정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한 뒤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백해룡 경정이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단의 세관 마약 밀수 연루-수사 외압 의혹 수사 결과 발표에 반발해 자신이 수사할 당시 작성된 인천국제공항 현장검증 조서(검증 조서)를 공개했다. 합수단은 수사 자료 공개는 공보규칙 위반 소지가 있어 상응 조치를 검토한다고 응수했다.
백 경정은 10일 "(합수단이 공항) 실황조사 현장 검증 영상 일부만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며 현장검증 조서 초안을 언론에 배포했다. 89쪽 분량 조서에는 백 경정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11월 10일과 13일 두 차례 말레이시아인 밀수범과 인천세관 직원을 조사한 내용이 적혔다. 마약 운반책들의 입국 과정과 세관 검색대 통과 경위 등도 담겼다.
합수단은 전날 중간수사 발표에서 2023년 9월 22일 백 경정 등의 첫 공항 실황조사에서 밀수범들 간 '허위 진술' 말 맞추기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말레이시아어 통역인을 데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허위 진술에 속아 세관 직원 수사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연관기사
• 백해룡發 '세관 마약 연루-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수단 "사실 무근"(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914230001734)
백 경정은 합수단 결론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날 "마약 운반책들끼리 범죄를 감추고 축소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 했다. 9월 실황조사와 달리 현장검증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며 증거 능력도 인정된다며 자신이 공개한 현장검증 조서에 의미를 부여했다.
백 경정은 "현장검증 조서에는 밀수범의 회유 등에 굴하지 않고 공범들이 경험한 사실이 담겼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밀수범이 다른 운반책 진술을 오염시키려는 걸 알았지만 조사를 거듭하며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밀수범들의 초기 진술 신빙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합수단을 겨냥해 "경찰이 속아 넘어갔다는 건 어리석은 자들이거나, 의도를 갖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수사자료 공개 직후 "경찰 공보규칙 위반 소지가 있는 현 상황을 주시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행정규칙에 따르면, 유사 범죄 재발과 범죄 피해 급속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의사실과 수사 사항을 공개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