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상상인저축은행, 지난 2월 동성제약 전환사채에 200억원 투자

삼촌과 조카의 경영권 분쟁 이후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된 동성제약에 상상인저축은행이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물린 상황이 발생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2월 상상인저축은행을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불과 석달 뒤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채권자들의 자금은 묶이게 됐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 동성제약의 보유 지분이 20.95%로 늘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모두 합쳐 보유 주식 비율이 13.76%,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CB 7.19%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상상인저축은행 분당본점./뉴스1

지분 공시가 나왔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이 추가로 주식을 취득한 것은 아니다. 채무자인 동성제약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담보처분권을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고객계정을 통해 새로 보유하게 된 BW 221만주(6.57%)가 담보처분권이다.

EOD란 채무자가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 가치가 떨어진 경우에 채권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담보 처분권을 얻었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은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포괄적 금지명령과 재산보전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다음날 이를 받아들였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2월 11일 동성제약의 CB 200억원 규모를 인수하면서 투자에 나섰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운영과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당시 동성제약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적자가 누적된 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가 있었던 터라 상상인은 상당히 좋은 조건에 자금을 내줬다. 표면이자율이 연 2.0%, 만기이자율은 8.0%로 설정됐고,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동성제약 본사와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 회사가 33회차 발행한 BW를 담보로 제공했다.

해당 CB는 동성제약 오너 일가 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도화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돌연 외부 투자자와 합심해 조카이자 현 경영진 나원균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오너 2세 이양구 회장은 이 자금 조달로 회사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분을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한 이유에 대해 “경영진이 담보를 걸고도 높은 금리의 좋지 않은 조건으로 2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해 회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회사를 정상화시킬 우량한 백기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양구 회장이 CB가 발행된 이후 나 대표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을 고려하면 해당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이 회장과 나 대표는 지난 1월 특수관계자 간 지분거래(증여) 계획을 공시했고, CB가 발행되고 난 뒤인 2월 26일 실제로 장외 매도를 통해 지분을 증여했다.

동성제약 2세 경영자인 이양구 회장(왼쪽)과 3세 나원균 대표./동성제약 제공

CB 발행이 2월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됐고, 이후 청약과 납입이 이틀 뒤인 13일 이뤄졌다. 이 회장이 회사의 CB 발행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도 본인의 지분을 증여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에서 물러난 오너 2세가 “좋지 않은 조건의 자금 조달”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불사할 정도로 상상인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높은 투자 이익이 기대되는 투자였다. 하지만 회사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투자 자금은 묶이게 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상인그룹은 코스닥 상장사의 CB를 인수해 이익을 얻는 투자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이와 관련해 상상인 측은 “해당 투자 건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 »»»»» ‘CB 선수’마저 물렸네... 동성제약 회생절차 여파 일파만파 랭크뉴스 2025.06.12
50959 李 대통령 "주식 투자로 생활비"…배당소득 분리과세 검토 [Pick코노미] 랭크뉴스 2025.06.12
50958 10대 엔터 상장사 육아휴직 사용률 살펴보니…SM 70% vs 하이브 35% 랭크뉴스 2025.06.12
50957 한국인 정치만족도, 여기서 달라진다 [데이터 저널리즘]② 랭크뉴스 2025.06.12
50956 시진핑보다 트럼프 더 비호감…"한·미동맹 강화" 요구 커졌다 [새정부 외교에 바란다] 랭크뉴스 2025.06.12
50955 현대차 노조 "통상임금 위로금 1인당 2천만원씩 달라" 랭크뉴스 2025.06.12
50954 장기 불황에 대출로 버틴다…숙박·음식점업 대출 90조원 넘어 랭크뉴스 2025.06.12
50953 민주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선별 지급’도 검토···“재정 여력 종합적 고려” 랭크뉴스 2025.06.12
50952 "트럼프, 김정은과 서신교환에 개방적‥진전 원해" 랭크뉴스 2025.06.12
50951 유럽 공략 강화하는 국민연금… 영국계 CVC캐피탈과 전략적 파트너십 랭크뉴스 2025.06.12
50950 “5년의 방해가 5년의 혁신 앞당겼다”… AI 반도체 자립화 속도 내는 中 랭크뉴스 2025.06.12
50949 대한항공은 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1대1'로 쳐줄까 랭크뉴스 2025.06.12
50948 尹, 오늘 경찰 소환에 불응 방침…3차 출석요구 검토 랭크뉴스 2025.06.12
50947 유통·빅테크와 손잡은 은행… ‘임베디드 금융’ 승부수 랭크뉴스 2025.06.12
50946 "빨리빨리 가시지 말입니다"…대충대충했던 예비군 분위기 달라진다고? 랭크뉴스 2025.06.12
50945 '마트 공휴일 휴무' 꺼냈다가…"맞벌이는?" 3040 역풍 맞은 與 랭크뉴스 2025.06.12
50944 대한항공, 마일리지 통합안 제출… 심사는 길어질 듯 랭크뉴스 2025.06.12
50943 [단독] 국방부, 처음으로 ‘전 군(軍) 불법도박 실태조사’ 나선다[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6.12
50942 랜섬웨어 공격에 먹통된 예스24…개인정보위, 조사 착수 랭크뉴스 2025.06.12
50941 美재무 "성실협상국가는 상호관세 유예연장 가능"…한국은? 랭크뉴스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