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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피해자 증거와 증언 모두 인정
피해자 "처음으로 제대로 숨 쉬었다"
2월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장로회 건물 앞에서 그루밍 성범죄를 당했다며 A목사를 고소한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지수 기자


10년 가까이 여성 교인 4명을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고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지목된 목사가 직책을 박탈당하고 교단에서 퇴출됐다. 피해자들이 올해 2월 말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사실을 폭로한 지 4개월여 만이다.

10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재판국은 목사 A씨의 성범죄 사건에 대해 '면직 및 출교' 처분을 최근 확정했다. 교단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로 출교는 2년, 면직은 3년간 복귀가 제한된다. 이번 처분과 별개로 A씨에 대한 경찰 수사(상습준강간 혐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신앙 공동체로부터 격리해야"

A씨가 교인들에게 설교하는 모습. 독자 제공


피해 여성 교인들에 따르면 A씨는 '내 말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며 자신을 신격화했고, 교리를 빙자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가했다. 또 '헌금이 신앙의 척도'라며 교인들 간 실적 경쟁을 시켜 생활비, 은행 대출을 지면서까지 헌금을 내도록 유도했다. '해로운 가족들이 믿음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주변 관계를 단절시킨 뒤 교대 출신 피해자들을 학원 사업에 동원해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총회 재판부는 피해자의 녹취와 증언을 토대로 ①성경 교리를 왜곡해 신격화한 점 ②절대 권위로 심리적 항거 불능 상태에 이르게 한 점 ③피해자들을 자신의 사업체에 일하게 하며 가족과의 생활을 단절시켜 통제를 강화한 점 ④2015년 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상습적으로 추행 및 간음을 한 점 등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목사는 신앙이 진실하고 타인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이 직을 스스로 버렸다"며 "교단과 피해자에게 신앙, 육체, 정신적 상처를 주고 신뢰를 배신했으므로 신앙 공동체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꾸짖었다.

교단 내 성폭력대책위 적극 나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가 고발인으로 나선 A씨 사건에 '면직 및 출교' 처분이 내려졌다. 판결문 발췌


교단 안팎에선 A씨에 대해 처벌이 비교적 빨리 내려졌다는 평이 나온다. 교인 처분 절차는 일반 재판과 유사하다. 피해자를 소환 조사하고 증거와 자료를 취합한 뒤 복수의 재판위원 앞에서 몇 차례 재판을 거친다. 쟁점이 있을 경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 처분까지 1, 2년 이상 걸린다. 피해 교인들의 고소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씨는 '사법 절차가 종결된 후 재판에 응하겠다'며 재판 출석 불응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교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단 성폭력대책위원회도 이 사건을 적극 공론화했다. 피해 교인들이 교단에 범죄 사실을 고발하자, A씨는 '불륜을 저질렀으니 사직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고, 애초 이를 다루기 위한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대책위는 A씨가 더 강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성범죄 사건으로 교회 재판이 열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피해 교인 B씨는 "교단마저 외면한다면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루하루 겨우 버텼다"며 "결과가 나온 뒤 처음으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시민단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의 김디모데 소장은 "교단이 피해자 호소에 귀 기울여 나온 결과"라며 "규모가 큰 다른 교단도 이 같은 성폭력 가이드라인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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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 지위 이용해 10년간 성착취, 금품 갈취"... 여성 교인들의 폭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71530000135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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