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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고 내려도 프랜차이즈 행사 가격은 못 따라가죠."

어제(10일) 오전 서울 한 오피스 상권. 이곳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에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시작한 탓인지, 손님이 한창 많은 평일 아침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커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저라도 조금 더 저렴하게 사 먹을 거 같아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A 씨도 나름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시도해 봤지만, 임대료와 재룟값 등을 고려하자니 가격경쟁은 어림없었습니다.

■ 대기업 본사 등에 업은 '파격 할인'

'5백 원.'

빽다방이 내건 대국민 할인 행사의 커피 한 잔 가격입니다. 어제부터 사흘간 아메리카노를 평소 가격의 4분의 1가량으로 낮춰 파는 겁니다. 옵션 추가나 메뉴 변경은 어렵지만, 출근길 아메리카노 한 잔이 필수가 된 이 시대 직장인들을 잡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입니다.

커피 원두, 인건비, 임차료 등 원가를 고려하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 책정. 이번 할인 행사가 가능한 이유는 빽다방의 본사인 더본코리아가 가맹점들의 할인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들이기로 한 비용만 3백억 원 규모입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의 할인 행사 홍보물.

■ 성공한 '가격파괴' 마케팅

같은 시간 찾은 빽다방은 A 씨의 매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평소라면 출근 시간대가 지나 한산할 때지만, 5평 남짓한 공간이 주문하기 위해 대기하는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끊임없는 주문 행렬에 직원들은 컵에 얼음을 퍼 담느라 분주했습니다.

신규 주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5백 원짜리 아메리카노.

앞서 더본코리아와 백종원 대표가 빽햄 가격 논란과 농지법 위반, 원산지·함량 허위 표시, 녹슨 엔진오일 드럼통 조리, 성희롱 면접 논란 등 회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덮기 위해 시도한 이번 조치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행사는 더본코리아 본사의 전국 가맹점들을 위한 가맹점 상생 지원책 일환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부터 본인들이 빚은 각종 의혹으로 매출 감소를 면치 못한 전국 3천 2백여 개 직·가맹점의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 등 카드사 4곳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지난 2월 이후 더본코리아 주요 브랜드의 매출은 평균 2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 내 자식 챙기려다…애꿎은 주변 상권 피해도

문제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점 챙기기'로 인해 주변 상권 소상공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 주거 단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최근 몇 년 저가 커피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카페 시장 전체 평균 가격이 내려갔다"며 "다 같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한쪽에서만 가격을 내려버리니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이들의 '가성비'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이 개인 카페와 중저가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 타격을 가한 지는 오래입니다. 저가형 매장을 중심으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개인 카페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가격을 낮추는 등 카페 시장이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치달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빽다방의 이번 대국민 할인 행사가 카페 업체 간 '치킨 게임'에 불을 지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빽다방의 할인 가격이 자칫 시장가격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입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커피음료 점은 9만 5천 3백37개로, 지난해보다 7백43개 줄었습니다. 한편,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 1위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전국 가맹점 3천 호점을 처음으로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3천 6백70호점을 개점하며 점포를 늘리고 있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 매장 전경.

■ 3백억 지원금? 노동비는 NO

더본코리아의 이번 할인 행사로 전국 가맹점 아르바이트생들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빽다방은 지난주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동안 아이스 까페라떼를 천원으로 할인했습니다.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할인 행사 기간에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주문을 겨우 소화했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후기가 잇따랐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빈 우유갑이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 제빙기가 비어있는 모습 등을 올리며 "오늘 5시간 근무했는데 2백80잔 만들었다", "오늘 죽다 살아났다", "우유 5~6박스 있었는데 모자라서 2박스 급하게 주문했다", "백종원 씨 고소할 거다" 등의 푸념을 공유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더본코리아 본사가 현장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이달 말까지 빽다방뿐 아니라 홍콩반점 등 20개 브랜드에서 릴레이 할인전을 진행합니다. 300억을 들인만큼 취지대로 가맹점과 '상생' 효과를 내고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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