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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
"성평등가족부 공약, 정부 진일보했단 증거"
"여가부 인력·예산 늘리고 조사권 되찾아야"
"현행 2실서 4실로 확대... 저출생 총괄 필수"
"성평등은 제로섬 아니라 모든 성별에 도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1층 카페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3년간 부처 폐지 위기에 놓였던 여가부가 기사회생하게 됐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국정과제 청사진이 마련되고 나면 '성평등가족부'를 향한 실행 로드맵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여가부 폐지가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 "부처의 덩치를 키우고, 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 대통령이 천명한 성평등가족부 공약을 평한다면.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백래시(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집단적 공격)가 있는데도 대선 공약으로 성평등가족부 확대·개편이 나온 건 큰 성과다. 특히
부처 이름에 '성평등'을 쓴 것은 정부의 성평등 의식이 진일보했다는 증거
다. 내가 장관으로 일할 땐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을 써야 한단 지적을 많이 받았다. 오죽하면 당시 여가부 직원들이 정책 안에 쓰인 '성' '양성' 단어 빈도를 일일이 세어 개수를 반반으로 맞춰야 했을 정도였다."

-이재명 주요 공약집에 성평등 정책이 거의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선 초반에 성평등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반페미니즘 진영의 역공을 우려해 조심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성평등 정책은 각종 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적 여력이 없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지금으로서 중요한 건 대통령이 성평등가족부 확대를 국민 앞에 약속했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모습.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그는 "여가부 존폐 논쟁을 막기 위해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의 부처 개편·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주연 기자


-여가부는 유독 다른 부처에 비해 존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됐다. 부처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부처가 커져야 한다. 현재 여가부 인력은 약 300명으로 너무 적다. 예산도 전체 정부 예산의 0.24%로 18개 부처 중 꼴찌(2022년 기준)였다.
'작고 약한 부처는 없애도 돼'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도록 부처의 인력과 예산, 권한을 모두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처 명칭을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정하자는 제안
도 가능하다. 독일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에서 착안한 건데, 재임 때도 부처 이름에 '청소년'을 넣자고 청와대에 건의했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명칭에 '청소년'을 넣는 건 부처가 정치적인 도구로 쓰이지 않도록 할 주요 전략이다. 청소년 문제는 매우 중요해 정책을 미룰 수 없고, 청소년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부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주무 부처가 없어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는 청소년계의 고충도 해소할 수 있다."

-부처의 권한을 키울 방법은 무엇인가.


"
부처가 성희롱·성차별 피해에 대해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과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1997~2005년)가 차별 사건을 접수하고 피해 구제 업무를 하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됐다. 현재도 인권위에서 성희롱·성차별 조사를 담당하고 있지만 적체가 심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용상 성차별 시정 업무를 맡고 있는 고용부 중앙노동위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가부가 차별 사건 조사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미 다른 조직에서 업무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들 한다. 하지만 사안 조사가 늦어지는 사이 고통을 못 견딘 피해자들이 직장을 관두거나 삶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부처로 조사권을 도로 가져오면 조직 권한 강화와 더불어 적체 현상 해결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부처 확대·개편안을 제안한다면.


"현재 여가부는 2실 2국 3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대적 과제인 저출생 해결과 성평등 실현을 동시에 해내려면 최소한
4실 9관으로는 확대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총괄할 △기획조정실이 필요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아동 정책 일부를 가져와 △아동·청소년 정책실을 꾸려야 한다. 또 △성평등 정책실 △가족·돌봄 정책실도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교제폭력·딥페이크 등 여성 범죄 대응 강화를 약속했지만 수사·사법기관을 포함한 관련 기관들과 분절돼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여가부 사업은 대체로 타 기관·부처와의 협치가 중요하다. 경력단절이나 성차별적 노동시장 문제는 고용부와, 돌봄·보육 문제는 복지부와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일해보니 타 부처 장관에게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 '
체불임금으로 난리법석인데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어떻게 다루냐'는 식
이었다. 성평등 문제가 여가부 장관만 눈치 보면서 설파할 사안처럼 여겨져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성평등 문제에 대한 부처·기관 간 조율을 전담할 기구가 필수적
이다. 현행 국무총리 소속의 양성평등위원회를 넘어,
대통령 직속의 성평등위원회로 조직을 강화
하는 게 방법이다. 또 성평등위를 총리실에서 관리할 게 아니라 담당 사무국을 따로 둬서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7개 부처에만 적용되는 성평등 정책 담당관을 전 부처로 확대하는 조치도 필요
하다."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모습. 그는 "성평등은 남성의 파이를 여성이 뺏는 게 아니라 모든 성별·계층의 권익을 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주연 기자


-성평등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터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하듯, 성평등 실현에 있어 소년·남성의 동참은 필수다. 결국 제도만큼이나
성평등 문화 확산도 중요
하기 때문에 여가부 성평등 정책실 내에
성평등문화혁신관을 신설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
해야 한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 의제는 남성이 가진 사과 10개 중 몇 개를 여성이 뺏어오는 것인 양 여겨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성평등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든 성별·계층에게 도움이 된다는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

-이외에 새 정부가 꼭 완수해야 할, 여성 정책 중 오랜 숙원을 꼽는다면.


"
낙태죄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 젊은 여성들이 매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안은 새 정부가 당장이라도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6년 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놨고 형법 개정안도 마련돼 있다. 그걸 토대로 검토 후 입법 추진만 하면 될 일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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