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만간 미국 하원을 어렵게 통과했던 지니어스법, 즉 스테이블코인법이 상원마저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대선 과정부터 코인 강국론을 외쳐온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국민의 화폐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골격은 이렇다. 대상 코인의 가치는 미국의 국채를 담보로 하되 달러화와 일대일로 태환을 보장해 안정시킬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의 금 본위제와 비슷하다. 금이 코인으로 바뀔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금융위기 이후 쌍둥이 적자가 확대되고 달러 가치가 흔들리자 그 대안으로 금 본위제를 주장해 왔다.

한동안 전략자산 비축안을 검토하다가 이 안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당면한 대내외 현안이 워낙 급하기 때문이다. 6월로 다가온 X-date(국가부도 예정일)를 앞두고 국채 텐트럼이 발생하고 국채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좀처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달러 가치도 너무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관세를 통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가격 할증 수단인 관세정책은 태생적으로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관세 피해국의 가격 할인 수단은 자국 통화를 절하시켜 맞대응하면 무력화된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초 이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시켜 왔다.

지니어스법과 함께 시행에 들어갈 신시아 루이스 시나리오대로라면 현재 20만 개 내외인 비트코인 보유를 100만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실행만 들어가더라도 가장 시급한 국채 수요를 늘려 국채 발작을 방지하고 국채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중국 국채 매각과 하반기에 불가피하게 늘어난 국채 발행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구상하는 디지털 달러화(CBDC)와 별도로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이 빠르게 진전될 확률이 높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기축통화 야망을 법정 화폐 단계에 왔더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보유량 증대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진 비트코인을 차익실현하면 재정적자와 국채 채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작년 말 뉴욕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에 초청된 트럼프가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가상화폐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대선 자금 보답 차원에서 언급한 종전과 달리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상화폐의 중요성을 분명히 했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될 때부터 관세를 통해 중국 견제 수단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과를 거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중국의 대응 방식을 보면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lex talions) 식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대비해 ‘가격은 가격 조치’로, ‘물량은 물량 조치’로 맞대응하고 있다.

취임 이후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부과해온 관세는 전형적인 가격할증 정책이다. 근립궁핍화 가격할인 정책인 위안화 약세로 대응하면 고관세 피해액이 고스란히 미국에 전가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1% 이상 절하시켜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부담을 70% 이상 상쇄시켰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때부터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 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침체된 내수를 부양시키기 위해 미국 금융위기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키로 확정한 것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20차례가 넘는 금융완화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데도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높여 QE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 밑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다. ‘늪’으로 비유되는 이 함정에서는 금융완화 정도가 높을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2기에 중국 업무를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오히려 위안화 약세를 더 빨리 유도해 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2차 대응 수단으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손질하고 있다. ‘옴니버스’가 붙여진 이 법에서는 특정국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에 이어 중국 견제 수단으로 내놓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제품 수출통제에 중국은 갈륨 등 희귀광물 수출통제로 맞서고 있다. 게임이론상 대체 정도에 따라 결과(pay off)가 달라지는 수출통제 대결에서는 미국이 불리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화의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민간에게 맡길 경우 물가안정은 어떻게 도모하고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 발행 차익)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문제가 따른다. 투기, 불법 거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금융 시스템도 불안해진다. 최악의 경우 권력층의 부정부패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준비자산(resreve asset)’과 ‘전략비축(strategic stockpile’)으로 코인을 설정하는 문제도 계속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는 기존 외화 보유 자산인 금 등으로 가상화폐를 대체하는 방안이나 Fed가 허락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노믹스 2.0의 가이드라인인 ‘프로젝트 2025’에서 Fed의 폐지 혹은 개편안이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전략비축이란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3개월치 원유를 전략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판단하면 얼마든지 전략비축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전략비축 자산으로 포함되면 법정통화인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신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도 원화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안이 전향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채를 담보로 원화와 태환성이 보장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국채의 담보력, 중심통화 위상 등을 고려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더 선호될 확률이 높아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변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 화폐 시대에 맞게 한은 목표를 물가안정에만 고집할 것인가를 검토하고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잃지 않는 방안도 보완해 놓아야 한다. 경기순환 주기의 ‘단축화(shortening)’와 진폭의 ‘순응성(procyclicality)’에 통화정책 수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의 교감 차원에서 우리도 점도표 등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 밖에 디지털 시대에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높기 위해 경제 예측력 제고, 새로운 통화지표 개발, 코인 등 대안화폐 활성화에 따른 법화의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 무력화 방지, 통화정책 전달경로상 중간 표적변수 개발, 통화정책 관할 범위 확대, 리디노미네이션 단행 여부, 중앙은행 독립성과 중립성 유지 등 다양한 과제들을 사전에 준비해 놓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정책금리 변경만을 놓고 만지작거릴 때가 아니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092 "트럼프 장남, 한국인 트라우마 이용 말라" LA한인회 강력 경고 왜 랭크뉴스 2025.06.10
50091 [속보] 李대통령, 1주일간 장·차관-공공기관장 '국민 추천' 받는다 랭크뉴스 2025.06.10
50090 [단독] 감사원, 윤석열 ‘관저 뇌물 혐의’ 수사 요청…검찰→특검 인계될 듯 랭크뉴스 2025.06.10
50089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통해 장·차관 등 인사 추천받아" 랭크뉴스 2025.06.10
50088 권성동 “‘죄인 주권 정부’가 새 정부 정체성인가… 李 대통령, 재판 수용해야” 랭크뉴스 2025.06.10
50087 추경에 ‘전국민 지원금’ 포함 안 될 듯…지역화폐는 증액 전망 랭크뉴스 2025.06.10
50086 [속보] 대통령실, 장차관 등 주요 공직 국민 추천…일주일간 접수 랭크뉴스 2025.06.10
50085 K2전차, 폴란드와 2차 수출 계약 임박…사상 최대 9조원 규모 랭크뉴스 2025.06.10
50084 대구 아파트서 4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경찰, 살해 용의자 추적 랭크뉴스 2025.06.10
50083 [속보] 이재명 대통령, 국민에게 장·차관 인사 추천받는다 랭크뉴스 2025.06.10
50082 [속보] 이재명 정부 장·차관 국민이 추천... "진짜 인재 발굴할 것" 랭크뉴스 2025.06.10
50081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한다"…지역화폐株 불기둥 [이런국장 저런주식] 랭크뉴스 2025.06.10
50080 [단독] 매년 1만건 쏟아지는 ‘사이버 명예훼손’ 고소… 72%는 불송치 랭크뉴스 2025.06.10
50079 이대통령 아들 결혼식 테러 모의글 신고…경찰, 작성자 추적 랭크뉴스 2025.06.10
50078 트럼프, LA 시위 진압 위해 美 해병대 700명 배치... ‘주방위軍 2000명으로 부족’ 랭크뉴스 2025.06.10
50077 한밤중 춤춘 이 남자 찾습니다…학교 도둑질 전 준비운동? [잇슈 SNS] 랭크뉴스 2025.06.10
50076 직장 내 성희롱 당한 75% "참고 넘겨"···가해자 둘 중 하나는 '직장상사' 랭크뉴스 2025.06.10
50075 ‘빌라시장 살려보려다’ 미달난 LH 든든주택… “신생아·다자녀 가정 선호도 떨어져” 랭크뉴스 2025.06.10
50074 [속보] 대통령실, 일주일간 장차관 등 인사 국민 추천 받는다 랭크뉴스 2025.06.10
» »»»»» 스테이블코인 시대 열린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랭크뉴스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