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김진철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왼쪽)가 재개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허윤희 기자
“거닐고 머물고 함께하는 망원동을 지켜주세요.”
지난 7일 낮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김진철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 공동대표가 재개발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구호판에는 ‘망원시장 망치고 망리단길 죽이는 졸속 재개발 중단하라’, ‘주민 의견 무시하는 마포구청 행정 폭주 중단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이날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주민과 관광객, 상인 등 120명이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3년 11월 망원 1구역(망원동 416-53 일대)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조건부 선정했다. 이 재개발은 망원동 일대 7만8695㎡ 부지에 2천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신통기획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정비사업으로, 사업지로 선정되면 정비계획수립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해 지역 재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제도다.
공동대책위는 재개발되면 주택가 골목에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있는 ‘망리단길’(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 골목 문화가 사라지고 망원시장의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망원시장에서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김 공동대표는 “2012년도에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반대운동을 해서 입점을 막아낸 뒤 망리단길이 생기고 골목상권이 살아났다”며 “그렇게 살려낸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골목은 사라지고 아파트 담벼락으로 막혀 순환이 안 되는 동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원 공동대책위 공동대표는 ‘깜깜이 재개발’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신속통합기획은 빠르게 재개발 구역을 지정만 할 뿐 분양가도, 사업성도, 분담금 예상도 주민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30% 주민 동의만으로도 구역 지정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네 사람’이 아닌 ‘외지 투자자’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포구는 지금껏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도 열지 않고 ‘동의서 수거’와 ‘찬반투표’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공동대책위가 지난 2주간 진행한 재개발 온오프라인 반대서명 운동에 700~800여명이 참여했다.
다세대 주택가에 개성 있는 공방, 카페, 식당 등이 있는 망리단길은 엠지(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힌다. 허윤희 기자
재개발 사업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의 골도 생기고 있다. 4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정남씨는 “망원동에는 오래 산 원주민이 많고 시골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동네인데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찬반으로 갈라졌다”며 “가게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걸어두니까 찬성하는 분들이 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마포구는 망원동 재개발 관련 주민설명회를 오는 10일 열고 주민의견조사는 이달 30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망원동 일대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마포구에서 주민 갈등, 투기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추진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허윤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