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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91
정권에 불리한 특검도 받아들인 역대 대통령
윤석열의 거부권은 자신의 범죄 감추기 목적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필요
6월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란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특검은 특별검사를 줄인 말입니다. 기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거나 기소하기 어려운 경우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기소를 맡기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측근이나 검사의 범죄,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 특검을 합니다.

최초의 특검은 김대중 대통령 때인 1999년에 제정된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 유도 및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임명된 강원일·최병모 특검이었습니다. 강원일 특검이 파업 유도 사건을 맡았고, 최병모 특검이 옷 로비 사건을 맡았습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차정일)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대북송금 특검(송두환),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김진홍), 사할린 유전개발 특검(정대훈), 삼성 비자금 특검(조준웅),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특검(정호영)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스폰서 검사 특검(민경식), 사이버 테러 특검(박태석), 내곡동 사저 매입 특검(이광범)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최순실 특검(박영수)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드루킹 특검(허익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특검(안미영)이 있었습니다.

특검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대통령은 정권에 불리한 특검도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은 어떻게든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특검부터 그랬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옷 로비 사건과 파업 유도 사건의 특검을 받아들인 것은 국민의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자서전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옷 로비 의혹’이나, ‘파업 유도 의혹’ 등이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것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박탈감과 상실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네 형편이 이 지경인데 고관 부인들은 떼를 지어서 의상실이나 들락거리는가.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직장을 떠나고 있는데 공안 기관에서 파업을 조장했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 감정들이 급속히 번지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의 대북송금 특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후 회고록에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전후 사정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취임식 바로 다음날 여의도에서 ‘고약한 선물’이 왔다. 국회를 지배하고 있던 한나라당이 ‘대북송금특검법안’을 단독 처리해 정부로 보낸 것이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때 현대그룹이 4억달러를 몰래 북으로 보낸 것이 문제였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산업은행을 통해 그 돈을 송금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지만 나는 특검법안을 수용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까지 막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수사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검찰보다는 특검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누가 수사하든 대북송금 절차의 위법성을 밝히는 데 그쳐야지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데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가진 검찰에 맡기면 수사가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컸다.”

“송두환 특검은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만 정확하게 수사했다. 다른 것은 손대지 않아 남북관계에도 큰 타격은 없었다. 박지원 실장을 비롯해서 유죄 선고를 받은 모든 관련자를 형이 확정되자마자 사면했다. 나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결과도 가장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까지 대통령들은 의혹이 너무 커서 검찰 수사로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정권에 불리한 특검도 받아들였습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다 그랬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전혀 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시종일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고 검찰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 포진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데도 그랬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세계입니다. 오죽하면 2024년 총선 뒤에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까지도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칼럼을 썼을까요? 제목이 “‘채·김 특검 수용 결단’은 몽상인가”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을 끝까지 거부한 이유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자신의 범죄가 너무나 확실해서였을 것입니다. 특검이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내면 김건희 여사가 구속되고 자신도 퇴임 이후 감옥에 간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겁을 먹은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한 이유도 바로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 때문일 것입니다. 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회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자유 헌정 질서 수호, 부정선거 등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진짜 이유는 김건희 여사와 자신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케이티브이(KTV) 갈무리

그래서입니다. 6월5일 국회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을 한꺼번에 의결한 것은 말 그대로 사필귀정입니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도입하지 못한 특검을 한꺼번에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국민의힘의 태도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 직전 의원총회에서 특검 반대 당론을 변경할 것인지를 표결에 부쳤지만, 당론 변경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반대 당론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냥 자유투표를 하면 그만인데, 왜 그랬을까요? 구차하기 짝이 없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의원(부산 해운대갑)이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적 의혹은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총 13건의 특검이 있었는데 오늘처럼 여당이 발의한 특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왜냐하면 특검은 권력자를 제대로 수사 못 할까 봐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에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는데 왜 혈세를 들여서 별도의 특검을 해야 하는 것인가?”

주진우 의원의 말은 궤변입니다. 국민의힘은 여당 시절 줄기차게 특검에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뒤 국회 재의결 때도 반대표를 던져 특검 도입을 막았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특검은 야당이 발의하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검사 인사권이 있으니 특검이 필요 없다는 논리도 황당합니다. 이제부터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뜻인가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이탈표가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채 상병 특검법은 김소희·김예지·김재섭·배현진·안철수·한지아 의원이 찬성했습니다. 내란 특검법은 김예지·김재섭·안철수·조경태·한지아 의원이 찬성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예지·김재섭·배현진·안철수·조경태·한지아 의원이 찬성했습니다.

세가지 특검법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김재섭 의원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국민은 우리 당에 최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김예지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나왔다. 수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건희, 채 상병 특검도 나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일부 조항은 문제가 있지만 이게 벌써 몇 번째냐. 국민이 법리적인 것까지 이해하고 공부하고 그럴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어떻습니까? 두 사람의 논리가 훨씬 더 명쾌하지 않습니까?

세가지 특검법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불가피하다”는 쪽입니다. 조선일보만 달랐습니다. 6일치 신문에 “집권당이 왜 수사기관 놔두고 굳이 특검을 하는지”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습니다. 주진우 의원의 궤변과 같은 주장입니다.


동아일보는 “3대 특검 통과…투명한 수사만이 소모적 갈등 줄인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7일치 신문에 “초유의 3 특검 동시 가동…원인 제공한 검찰 자성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시각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세가지 특검법을 공포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들을 추천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할 것입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겨냥해 대대적인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때 해야 했던 숙제를 뒤늦게 몰아서 하는 셈입니다. 애초부터 태어나면 안 됐던 ‘윤석열 정권’ ‘검찰 정권’을 극복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통과 의례’이자 ‘씻김굿’입니다. 특검이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역사의 소명에 제대로 응답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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