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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이 AI 칩을 만들 수 없다는 가정에 기반해 정책을 세웠다. 그 가정은 항상 의심스러웠고, 이제는 명백히 틀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도기업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판했습니다. 이미 여러 공식석상에서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한 뒤였죠.

엔비디아는 2022년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이후 고성능 칩 H100의 사양을 낮춘 H20을 만들어 중국 시장에 판매해왔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H20 수출까지 제한했습니다. 그간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유일한 AI 칩까지 막혀버린 겁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황 CEO는 지속적으로 수출 통제를 비판하고 있고, 새로운 중국 시장용 칩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서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엔비디아 매출 중 13%가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적지 않은 비중입니다. 황 CEO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으로, 내년 AI 시장 규모가 약 500억달러(약 6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놓치기 아까운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지난 분기(올해 2~4월) 중국 시장에 팔지 못하게 된 H20 초과 재고로 인해 45억달러의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출 제한이 없었다면 25억달러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다고 했죠. 다음 분기에는 80억달러 규모의 H20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9.2% 증가했습니다. 중국에는 팔지 못했지만, 다른 시장에서의 AI 칩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는 얘기입니다. 최신 제품군인 블랙웰 시리즈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적으로는 엔비디아 AI 칩 수요가 여전히 폭발적이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매출 손실은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회사가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중국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시장은 단순한 매출 그 이상

“차라리 다른 시장을 더 공략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우려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섭니다.

중국은 장비 도입 등 제약에도 고사양 칩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황 CEO는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빠지면 그 자리를 다른 기업이 채울 것이라며, 현지 기업 화웨이를 지목한 바 있습니다.

황 CEO에 따르면 전 세계 AI 개발자의 절반은 중국에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AI 개발자들이 몰려있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지 못하면 미국이 AI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잃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결국 AI 개발자를 확보한 플랫폼이 AI 경쟁에서 승리한다”며 “수출 규제는 미국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지 AI 인재의 절반을 경쟁사 쪽으로 떠밀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이용하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통해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는데요. 중국 기업이 기술 격차를 좁히면 지금의 ‘엔비디아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엿보입니다.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가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AI 산업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거점인 셈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중국이 자국 내 AI 칩 수요의 약 34%를 자국 기업을 통해 충당할 수 있으며, 2027년 자급률 8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만약 다시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핵심 산업에 자국 기술을 사용하는 방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계속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엔비디아가 최근 수출이 제한된 AI 칩 H20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새로운 제품을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가격이 낮은 건 칩 사양이 떨어지고 제조 요구사항이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엔비디아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에 파고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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