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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노동계 요구한 '노란봉투법' 공약
법 개정 땐 불법 파업도 손해배상 면제
하청 근로자가 원청 대상 단체교섭권
교섭 불응 땐 원청 대표 형사처벌받아
기업들 "산업 생태계 붕괴, 신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재임하던 2023년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정의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재명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규제에 늘 발목 잡히는 기업들로서는 이 대통령의 약속을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좀 달라 보입니다.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논란이 많던 상법 개정안에 이어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도움만 있다면 이 법안들의 국회 통과는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둘 다 우리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법안이지만, 그래도 기업들은 “노란봉투법만은 제발…”이라며 읍소하고 있습니다. 뭐가 두려운 걸까요.



한진중공업·쌍용차 불법 파업에
사측이 천문학적 손해배상 묻자
돈 담아 보낸 노란봉투에서 유래



2022년 9월 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은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파업 등 노조의 쟁의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으로 인한 피해에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입니다.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당시 사측이 158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2012년 노조 간부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또 2014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해 한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보낸 일이 노란봉투법의 유래가 됐습니다. 불법으로 파업을 하더라도 참여한 노동자에게는 손해배상을 묻지 말자는 게 이 법의 취지입니다.

윤석열정부는 이 법을 반대했습니다. 법안이 발의되어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에서 최종 법안이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박홍배 민주당 의원과 김태선 민주당 의원, 박정 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재발의하며 이재명정부에서는 논의가 불가피해졌습니다.



핵심은 노동조합법 제2조·3조 개정
하청, 원청 상대로도 단체교섭 가능
불법 파업도 손해배상 책임 ‘면제’



2022년 6월 19일 51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관계자 등이 19일 경남 통영시 창원지법 통영지청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아니라 노조법 제2, 3조 개정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의를 담아 보내던 ‘노란봉투’라는 단어가 법안의 쟁점을 가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쟁점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노조법 제2조와 3조 입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들은 노조법 제2조 2항에 사용자와의 근로계약 체결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 ‘실질적 지배를 행사하거나 임금·복리·후생·해고 등…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하청인 공급업체가 원청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법을 고치겠다는 내용입니다. 단체교섭은 노조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 개선과 유지,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논의하는 협상입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조법 제3조는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 방위하기 위해 또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손해를 가한 경우 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용자가 불법행위를 했다고 간주되거나 확인된다면 불법 파업을 해도 손해 배상을 물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되는 것입니다.



원청 대표, 교섭 거부 땐 ‘형사처벌’ 대상
기업들 “원하청 관계, 산업 생태계 붕괴”
“불법 파업, 손해배상 못 물면 무법천지”
법 개정 땐 분쟁 더 늘어 노사관계 악화



지난 12월 12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경총회장,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안 그래도 대립적 노사관계 문화가 있는 우리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법을 어기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발행한 피해에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은 주주들이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법 제2조가 개정되면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다소 과도한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우려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청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만 해도 2023년 기준 3년에는 1차 협력사 309개사, 2차 협력사 381개사를 합해 총 690개사에 달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년 노조와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현재보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는 말은 무리한 가정이 아닐 듯 합니다.

무엇보다 법이 통과되면 하청의 단체교섭 요구가 강제조항이 됩니다. 노조법 제81조 3호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노조법 제90조는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청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원청 사장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입니다.

법이 통과되면 결국 기업들은 기존의 공급망을 해외로 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업들이 하청의 단체교섭에 시달릴 바에는 노조법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 일본, 유럽 업체 등으로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부품업체들 대부분이 한국 업체 수준으로 기술력이 근접해 있고, 우리 기업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하청의 단체교섭에 한 번은 응하겠지만, 계약이 끝나면 그 업체와 재계약은 당연히 거부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이재명정부와 여당은 곧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기업들의 우려가 엄살일지, 아니면 우리 산업과 일자리에 폭탄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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